매일신문

야고부-구박받는 남편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악처의 대명사처럼 널리 알려진 크산티페간의 이야기는 많다.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오도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혀 있었을때 일이다.

그래도 남편의 옥살이가 걱정스러운 듯 크산티페가 달려와 물었다. "영감, 무고한 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죽음을 자초하는 것입니까".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그럼 당신은 내가 무슨 죄를 짓고 죽기를 바라느냐"고. 아내의 잔소리 등 구박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크라테스는 저서(著書) 한편을 남기지 않았다. 크산티페가 책쓰기를 채근했으면 어떠했을까? 내조(內助)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소크라테스에게는 스무살 연하의 남자애인이 있었다고 한다. 동성애(同性愛) 상대자는 미남(美男) 정치가 알카비아테스라고 전해진다. 전쟁에 나간 두 사람은 위기상황에 빠졌을 때 목숨을 걸고 서로 살려내는 '동성애'도 발휘했다. 쉰살에 결혼한 소크라테스는 가난한 과부를 또 다르게 애정을 쏟아 붓는 여인으로 삼고 있을 만큼 여자와 관련해서는 지극히 보통의 남자였는가 보다.

훌륭한 지아비에 대한 관심은 아예 접었는지도 모른다. 한눈 팔고, 생활비 한푼도 내놓지 않는 남편에 대한 크산티페의 반응은 남편을 구박하는 가해자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년간 돈을 적게 벌어온다는 아내의 구박에 견디다 못한 남편이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는 보도다. 이혼에 이르게 된 사유는 명문대학을 나오고 대기업 임원까지 지낸 남편을 결혼 이후 줄창 '무능한 남자'로 몰고 동창회 부부모임에서는 남편을 '성적불구자'로까지 표현했다는 게 남편의 주장이다.

부부관계의 은밀한 속사정이랄지 감정은 제3자가 알 수 없는 일이로되 법원의 판시(判示)가 남편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남편을 돈 버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모욕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인 아내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은 아내가 가해자(加害者)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사회도 부부싸움에서 오히려 남편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가 보다. 지난해에는 18년간 남편을 상습 폭행하고 1억원대의 퇴직금도 가로채기 위해 남편을 마약중독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던 아내가 위자료까지 물어 준 경우도 있었다. 남자가 가해자 입장은 이미 아니다.

결혼 후 나이가 먹을수록 아내는 남성화되고 남편은 여성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아내는 대외활동을 많이 하려고 하고 아내의 주장에 대한 남편의 이의 제기는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가해·피해자로 변하든,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후회하기는 마찬가지라면 그래도 결혼이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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