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2011 뉴비전-(15)지역 유통산업의 활로

지난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전국 최대 규모의 명성을 자랑하던 서문시장의 도매기능이 서울에 완전히 빼앗겼다. 지역 소매상권도 98년 이래 물밀듯이 밀려오는 국내 및 외국계 대형 할인점들에 의해 거의 장악됐다. 재래시장은 형편없이 위축되어 시장공동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고 영세 슈퍼마켓은 도산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이 대구 역사에 대형 점포를 추진하면서 지역 백화점 업계에 비상이 걸렸고, 마침내 대구백화점이 신세계백화점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이달 하순 신세계대구백화점을 출범시키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이는 할인점과 슈퍼마켓은 물론 백화점을 포함한 소매유통 전반에 걸친 지역 유통업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중대 사건으로 여겨진다. 빅3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의 남진(南進) 전략과 맞물려 지역상권의 대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빅3 백화점 南進전략

지역 유통업계의 판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예측가능한 몇 가지 추세를 살펴보면 국내외 유통업계의 경쟁 격화에 따른 급속한 지역상권 장악, 유통업계에 이미 보편화된 저가(low price) 경쟁과 무점포유통의 본격 등장으로 인한 치열한 가격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무점포유통시장의 급팽창으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버금가는 강력한 유통채널(인터넷쇼핑몰, 홈쇼핑, 카탈로그판매 등)이 등장함에 따라 유통시장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에서도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또한 인터넷의 등장과 전자상거래의 성장으로 소비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소비 트렌드의 양극화와 고급화 추세 속에서 합리적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 유통업계는 크게 재편될 전망이다. 먼저 대형점과 할인점의 일방적 우세로 반경 10km 이내 중소규모의 점포들이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슈퍼마켓과 재래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역의 유통산업은 백화점과 할인점을 주축으로 하는 대형업체 그리고경쟁력을 갖춘 슈퍼마켓 등이 경쟁을 벌일 전망이며 재래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중소규모 점포 도태 위기

지역 유통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방 정부, 지역민, 그리고 유통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대구가 중추관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유통기능의 고도화 및 활성화가 관건이다.

유통정보화 및 유통산업의 전자상거래 기반 확충, 물류의 표준화·공동화·정보화 촉진, 유통인력의 양성, 유통산업에 대한 조세·금융지원의 확대, 재래시장의 구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업계 자발적 노력 필요

그러나 지역유통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통 주체인 업계 내부의 혁신적·자발적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과거의 경영방식으로부터 탈피하여 유통의 과학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여러 가지 개선된 경영활동을 통하여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재래시장의 예를 들면, 시설 현대화, 다점포 전략 및 영세 독립점포간 체인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상품기획능력 배양, 디지털 역량의 강화, 상생(相生)을 위한 공급업체와의 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상인의식"을 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고장에서는 장사꾼은 많으나 진정한 상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철저한 서비스 정신과 새로운 유통지식으로 무장하여 진정한 상도를 실천할 때 지역 유통업의 생존과 건전한 발전이 약속될 수 있을 것이다.

매일신문·산학경영기술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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