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女超시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는 미래학자들의 말은 정확해 보인다. IMF땐 박세리가 골프로 심금을 울리더니 며칠전엔베니스영화제의 문소리가 신인여우상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곳곳에서 우먼파워의 기합소리가 남자의 성(城)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발전의 차원에서 여성의 활동영역의 확대, '우먼파워'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긍정적이지 못한 우먼파워도 있다.목하(目下) 출산율의 급감현상으로 표현되는 '베이비 스트라이크' 즉 출산파업의 보편화 현상이다. "아이 그만 낳겠소" 하는 선언보다 더 충격적인 '파워'가 어디 있을까?

▲국방부는 어제, 출산율이 지금처럼 계속 떨어지면 현역자원의 부족현상이 심각해져 2005년까지 군 대체복무 산업요원을 폐지하고 전투경찰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60여만 병력을 유지할 경우 2007년부터해마다 7만명씩의 현역자원이 '펑크'나게 된다는 것으로, 군사력을 양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려는 국방부 시각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고라도 남북대치 상황에서의 남성인력 부족은 참 걱정스런 사태다.

1960년대까지 우리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요즘 젊은 여성들이 알면 "어휴, 짐승"하며 도망칠 만큼 6명이나 됐지만 지금은 1.30명으로 선진국 평균 1.57명에도 턱부족이다. 심각한 '베이비 스트라이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한국의 인구 및 주택' 자료는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교육.주택.육아.여성취업등의 문제에 근본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경고장이다. 여성인구가 남성인구보다 많아지는 이른바 '여초(女超)시대'에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빨간불'인 셈이다. 이에 따르면 현재 우리인구는 4천764만명으로 남초(男超)33만명.

이것이 2010년엔 남초 27만, 2020년엔 남초 10만명으로 남녀 인구의 격차가 줄어들다가 2024년이 되면 여자 2천534만, 남자 2천532만명으로 마침내 '여초시대'에 들어선다. 남녀비(比) 101 대 100의 상황이 99.9 대 100의 상황으로 반전되고, 이후 2050년이 되면 '남 96.3 여 100'의 심각한 역전현상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2050년의추정인구는 지금보다도 떨어진 4천433만명으로 여초(女超)가 무려 83만명이다.

▲통계수치만 쳐다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집문제, 교육문제, 노인문제뿐 아니라 여자가 많아짐에 따른육아.탁아.여성취업 등의 온갖 대책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급한, 탁상대책은 금물이다.

당장 어제 육아휴직제의 이용률이 적다고 그 대안으로 내어놓은 '20만원 탁아수당제'가 육아휴직을 더욱 가로막는 개악(改惡)이라며 노동.여성계로부터 거부당한 것이 그 사례다. 여자에게 '아이를 더 낳게 꼬시는 정책'이라?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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