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엿보기-코미디에 대한 평가

'지독한 공주병 환자지!''야무지고 똑 부러진 여자야!'

'호인이지!'

'아냐, 사기꾼이야'.

한 사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대체로 정확하지 않다. 그 사람의 전부를 보기보다 일부만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일관되는 것으로 믿는 탓이다. 그러나 아니다. 사람의 감정은 수시로 변한다. 때로 이기적이고 때로 남을 배려한다. 천하의 새침데기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수다쟁이로 변한다. 그래서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희극의 목적을 '타인에게 고통이나 해악을 끼치지 않는 일종의 과오 또는 추악에서 오는 기쁨'이라고 정의하면서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천박한 짓거리가 아니라 진지한 목적, 도덕적 특성을 강조했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은 살아생전 '저질'이라는 단어와 끝없이 만나야했다. 연예인 납세실적 연속 4위, 80년대 초반 우리나라 축구대표선수들이 외국의 잔디구장에 적응을 못해 성적이 시원찮다고 하자 건립기금 1억원 기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저질'이라는 시비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나라에는 코미디가 무대에서 사라지고 없다. 개인기를 앞세운 흉내쟁이 가수, 말도 안 되는 애드립으로 저질을 양산하는 운동선수 출신이나 작곡가, 방송 진행자로 변신한 개그맨은 있지만 코미디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연기자가 되려고 해. 코미디가 없잖아…". 배우의 길을 끝없이 모색하다 지금은 레스토랑 주인이 된 임하룡은 정통 연기자다. 연극영화과에서 제대로 연기공부를 했고 코미디언이 되기 전에는 사이코 드라마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세상은 그를 연기자로 인정하지 않는다.코미디를 '극'으로 인정하지 않는 탓이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모두를 슬프게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섹스 어피어'로 잘못 말해서 일어난 웃음과 같은 것은 누구에게나 웃음을 주지는 않는다.

코미디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된 코미디와 만나고싶다. 오리 엉덩이춤을 보고 싶고 '인천 앞 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를 듣고 싶다. 이제는 코미디를 무조건 '저질'로 임명(?)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겠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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