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은 지금 탈세와의 전쟁중

중국의 인기 영화배우였던 류샤오칭(51.여)은 최근 중국에서 가장 저명한 탈세 용의자가 됐다. 중국 경찰은 지난 6월 류샤오칭을 1천만 위안(120만 US달러)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이로써 중국 경찰은 급증하는 중국 부유층에게 확실한 경고를 보냈다.

조세 회피자에 대한 새로운 단속은 중국의 유명 인사와 회사 경영층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베이징 부동산 업계의 거물 판시이는 "내 친구 대부분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전화를 걸어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습니다. 세금을 냈느냐고 묻는 겁니다".

류샤오칭은 지난 1980년대 빛나는 배우 경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제국'을 세우고 돈을 모았다.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녀는 중국내에서 45번째 갑부다. 그러나 그녀는 실제 드라마처럼 주룽지 총리가 명령한 탈세범 일제 단속에 걸려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

주룽지 총리는 중국내에서 저축의 80%를 보유한 부유층 20%가 소득세를 고작 10%만 낸다는 보고서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세 황제'들은 만연한 공무원들의 수뢰에 넌더리를 내고 있는 일반 민중들도 화나게 했다. 관영 언론들도 탈세를 관리들의 부패와 함께 '국가적인 암'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신화 통신은 "막대한 개인소득세 탈루는 국가경제에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의 재정 집행자들은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면서 "부유층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 세무당국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고소득자들이 법을 파괴하는데다 법규를 위반하고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무당국은 또 "조세 납부는 모든 인민의 의무이고 조세법 앞에 모든 인민은 평등하다"면서 "고소득자는 물론 모든 인민은 규정에 따라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세수는 거의 20%, 1조5000억 위안 증가했다. 그러나 소득세 세수는 1000억 위안 이하로 6.6%에 불과했다.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는 이 수치는 선진 공업국 평균 소득세 세수 28%를 크게 밑돈다고 밝혔다. 세무 당국자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관영 언론들은 세금 영수증을 속이다 체포된 사람들에게 엄격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며 새로운 세무조사 계획을 자주 보도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적자에 직면한 베이징 당국은 정밀 세무조사를 고려하고 있다. 소득세 탈루조사 강화는 베이징, 남부 광둥성과 동부 지역 성에서 먼저 실시된다. 이를 위해 베이징 세무당국은 연간 10만 위안 이상 버는 고소득층 리스트를 작성했다.

각 지역별로 최고 갑부 100명은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된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몇몇 직업군은 더욱 큰 감시대상이다. 그 중에서도 조세환급을 기대하는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 광고회사 임원, 유명 연예인, 스포츠 에이전트 등에겐 현미경을 갖다 댈 것이다.

연예계 인사들이 모여살고 있는 베이징 동청 지역 세무서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47명의 스타들과 연예계 종사자들이 426만 위안의 개인소득세를 한꺼번에 납부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베이징 세무당국이 상반기에 소득세 탈루자들의 미납부 세금과 벌금 1억4000만 위안을 걷었다고 전했다. 약 20명의 탈세 신고자들은 정보제공 대가로 13만6000위안을 받았다.

신화통신은 또 광둥성 성도 광조우시 당국도 지난 6월말까지 탈세 용의자 1만4000명을 적발했다고 광조우시 세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조세납부는 공산당 지배의 중국에서는 여전히 미묘한 개념이다. 한 달에 800위안 정도 버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들의 고용주가 세금을 대납하는 형편이다. 그리고 법 집행이 느슨한데다 무관심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중국의 시장경제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유명인이든, 보통 사람이든 제 때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류샤오칭 사건도 그다지 악질적인 사례는 아닙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경종은 울렸습니다". 상하이 해외무역기구의 주웨이 교수의 말이다.

그러나 소득세 세수증가는 거의 침체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으로 개인 소득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번성함에 따라 돈이 '국가 금고'로 쏟아 들어오고 있다. 베이징에선 지난해 소득세 세수가 5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광조우시의 소득세 세수도 43% 늘어났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래도 중국은 뇌물받은 세무관리들, 살인.강도 등 일반 범죄자들, 탈세한 영화배우 등을 대상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7년 징역형에 처해질 류샤오칭은 많은 일반 중국인들로부터 거의 동정받지 못하고 있다. 선전의 은행원 조우린얀은 "그녀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며 "정부가 류샤오칭과 같은 거물을 단속하는 것은 올바른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세무당국이 부유층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중국 갑부들이 일제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 '포브스'는 올해의 갑부 선정을 놓고 중국 갑부들을 찾고 있으나 후보자들이 면담을 거부하는 등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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