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日, 전격 인양

일본이 북.일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11일 지난해 말 동중국해의 중국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침몰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NHK방송은 이날 오후 들어 매시간 뉴스마다 머리기사로 해저 90m에 침몰해 있다가 기중선(SALVAGE)에 의해 공중으로 끌어올려진 후 초대형 작업 선박의 수조에 담기는 괴선박의 모습을 되풀이해서 내보냈다.

주요 신문들도 석간 1면에 8개월여만에 모습을 드러낸 괴선박의 '실체'를 큼직한 컬러사진으로 독자들에게 알렸다. 지난해 세밑 일본열도를 놀라게 했던 괴선박사건은 이처럼 다시 전면에 부각됐다.

특히 잦은 태풍으로 인해 괴선박 인양작업이 당초 7월 하순에서 늦춰졌다고는 하지만, 역사적인 북.일 회담을 목전에 두고 괴선박이 끌어올려진 '타이밍'을 놓고 미묘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성측은 태풍 등 악천후가 계속되는 바람에 작업이 지연됐을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선박의 국적확인을 서두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괴선박을 이 시점에 '전격' 인양한 것은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유리한 협상고지를 점하기 위한 '시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 국적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괴선박을 인양함으로써,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문제 등 현안과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도록 유도할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괴선박에 대한 해저조사를 통해 괴선박 승무원으로 보이는 시체 4구, 로켓포, 북한식 한글이 적힌 사탕봉지 등을 수거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했으나, "괴선박은 북한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아 왔다.

이런 일본의 방침은 북.일 정상회담 때까지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괴선박은 주말쯤인 14일께 가고시마(鹿兒島)로 예인된 뒤 일주일간의 안전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이는 북.일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야 괴선박 국적확인이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괴선박 문제가 갖는 '파괴력'은 정상회담의 성패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인다. 정상회담이 잘 풀린다면 이번 괴선박 문제는 북한이 '재발 방지' 정도를 약속하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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