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 장수마을-치매.중풍노인 치료 돕는다

치매나 중풍을 앓는 노인들이 엿장수와 악사들의 가락에 맞춰 어깨 춤을 추게 하고 시장 한편 선술집이나 먹을 거리집에서 막걸리와 파전 등 전통음식을 먹도록 해준다면 이들의 생활과 치료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12일 오후 영주시 안정면 내줄리 노인전문요양시설인 '장수마을' 앞 빈터. 이곳 한편에는 영주시설관리사무소에서 치료도움을 위해 전국 유일하게 설치한 철도 폐침목과 폐레일을 활용한 철길이 놓여 있다.

철길 앞 빈터에는 장독대와 윷놀이터, 강아지와 닭들을 모아 둔 울타리, 점이나 신수를 보는 집 등 옛날 우리네 시골장터에서 손쉽게 보던 장면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고 노인환자들은 마치 60~70년대로의 시간여행을 온듯 회상에 젖었다.

장수마을 종사자들이 엿장수와 악사.주모.음식점 아줌마로 분장했고 치매.중풍을 앓는 노인 40여명은 장을 보러온 농부들 역할을 맡았다. 장터 구경을 하면서 막걸리나 국수, 떡을 사먹고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흥정소리가 넘쳐나면서 잊혀진 시골장터의 정취가 물씬 풍겨났다.

이날 환자에게는 1천원씩을 나눠 주고 스스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먹을 거리를 사먹을 수 있도록 했다. 스스로 셈을 통해 신체와 두뇌를 활용토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서경희(47.여)원장은 "야외공간에 옛날 시골장터를 재현, 어르신들이 직접 장을 보고 구경하는 경험을 통해 옛기억이나 향수.추억을 회상하도록 하면 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바람에서 장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참가 노인들은 옛날 추억이 떠오르는 듯 이것저것을 구경하고 구입하면서 어린애들처럼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덕임(85) 할머니는 "평북 동주서 어린시절 할머니 손잡고 시장에 들러 곡식을 주고 대신 옷감을 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며 "옛날 장터에서 보았던 물건을 사고 음식을 사먹어보는 경험을 오랜만에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좋아했다.

장수마을 김덕호(50.한의사) 대표는 "치매환자들에게 추억을 끌어내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등 치료효과에도 도움을 준다"며 "앞으로 이곳에 고목과 맷돌단지 등을 갖춘 작은 추억동산을 만들고 약초농장을 조성, 노인들과 가족들이 함께 가꾸도록해 노인성 질환치료에 도움되는 새 명소로 만들 계획"이라 말했다.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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