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들의 설자리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부의 수도권 집중화 정책으로 국가 공공기관의 84.4%와 30대 그룹 주력 기업 본사의 88%가 서울에 있고, 주요 대기업 직원 중 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이 82.5%를 넘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졸 구직자 93%가 지방대 출신이라 차별을 받았다는 통계를 보면 지방의 수험생들이 무조건 수도권 대학으로 가고, 지방대에 입학해도 편입하겠다는 욕심을 탓하고 나무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방대들이 속속 문을 닫게 될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유경쟁 시장 원리만 내세우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대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기부금의 수도권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기부금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은 2000년까지 2천948억원을 받은 연세대로 전체 사립대 기부금 총액의 11.3%나 된다. 이어 2천278억원의 고려대, 2천193억원의 포항공대, 1천432억원의 한양대 순이며, 국고 보조금 역시 편중이 심하다.
▲이런 상황인 만큼 김달웅 경북대 총장이 이 대학 발전기금 재단에 토지(임야 및 농지) 14만1천여평(시가 추정액 15억원), 현금 1천만원, 주식 1만8천800주(액면가 주당 500원)를 기부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20억여원 어치의 주식을 기증한 이 대학 동문 배상면씨(배상면 주류연구소 소장) 다음으로 큰 규모다. 임기 동안 중점사업으로 대학 재정 확충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김 총장은 이를 기폭제로 모금 확대를 꾀하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아직 토지(경주시 산내면 감산리 일대 소재)의 활용 계획은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생수 생산업 등의 벤처 유치, 실습장.수련장.휴양시설 등으로 가닥을 잡아가는단계이며, 현금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학술연구 지원기금으로 쓰일 모양이다.
경북대는김 총장이 이사장을 맡은 발전기금재단의 목표액을 향후 4년간 400억원으로 잡고 있으며, 이번 그의 결단으로 1992년부터 추진해 지난해 말까지 1천199억원이 모금된 이 모금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 총장에게는 학식과 덕망보다 발전기금을 잘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연세대 총장 시절 'CEO 총장'이란 별명이 붙은 송자씨는 대학에 '기업 마인드'를 불어넣은 경우다. 대학의 수험생이 정원보다도 오히려 적은 시대를 맞아 특히 지방 대학들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살아 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그 지방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북대의 발전기금 모금이 증폭되고, 그런 분위기가 다른 지방 대학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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