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호 두동강 나나

추석을 전후해 선대위 출범을 구상하던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진영이 발칵 뒤집어졌다.

김원길 박상규 의원 등 당 중진들의 탈당설이 터져나오면서 신당 추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 진영은 탈당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반노'(反盧)가 아니라 친노(親盧)성향을 보여왔거나 한화갑 대표와 가까운 중도성향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적으로도 수도권과 강원, 충청권 의원들이 주축이다.

한나라당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14일 "통합신당 추진이 무산되자 청와대가 김대중 대통령의 직계들을 부추겨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내에서도 노 후보와 한 대표가 집중적인 설득작업에 나서자 박상규 의원 등 탈당 주도세력 중 일부가 "당장 탈당은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탈당사태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주 초 신당추진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추진 무산 선언과 함께 해산을 하고 노 후보측이 선대위 구성에 공식적으로 나설 경우 집단탈당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몽준 의원의 신당 윤곽이 가시화하고 국정감사가 끝나는 10월초가 고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 후보측은 이들이 '반노'가 아니라 '구당'(求黨)을 내세우고 있어서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려운데다 탈당사태가 현실화한 이후 구당의 명분과는 다른 구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원길 의원은 "탈당을 결심한 것은 노무현 신당이든 정몽준 신당이든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곽치영 의원도 "민주당의 역할은 끝났다"면서 "침묵하던 다수가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하며 국민지지도가 높은 사람으로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같이 '3자구도에서 노 후보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구당'이라는 명분 아래 20~30명의 탈당세력을 규합, 정몽준 의원 및 자민련과 합당해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당이 쪼개질 경우 민주당이나 노 후보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

중도파들의 선제 탈당설에 대해 반노 진영은 이들의 진의파악에 나서는 등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노 진영의 원유철 의원은 "우리는 맨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기획단장인 문희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곽치영 의원을 지목했다. 13일 기자들과 만난 문 단장은 "순수한 충정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며 정몽준 의원측의 연계의혹을 제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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