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의 삶에 혼합된 정치
4월(EBS 밤 10시) 난니 모레티 주연, 난니 모레티·실비오 올란도 주연 (1997년작)이탈리아의 사회와 문화를 애정어린 시각으로 비판하는 감독 자신의 사적인 삶과 정치적인 관찰을 혼합한 코미디 드라마.최근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영화 '아들의 방'으로 호평을 받은 감독이다.
그의 인생 파트너인 실비아 노노와 4월에 태어난 아들 피에트로의 임신에서부터 2년 반에 걸친 기간을 일기장을 넘기듯 연대기적으로 담아냈다. 배경음악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래에서아프리카와 이탈리아의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해 귀도 즐겁다. 모레티의 아들 피에트로가 태어난 날은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로 선거에서 중앙 집권당이었던 우익을 제치고 좌익 정당이 승리를 거둔 날이다.
난니의 직업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만, 그는 공적이고 책임이 따르며,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현실을 반영한 성인용 다큐멘터리와 트로츠키 출신의 요리사에 관한 유아적 환상을다룬 뮤지컬이라는 사적인 문제 사이에서 선택을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복제된 리플리 정체성 찾기
에이리언4(KBS2 밤 10시50분) 장 피에르 주네 감독, 시고니 위버·위노나 라이더 주연 (1997년작) 인육을 먹는 미래세계의 이야기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그려낸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로 세자르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작품.
에이리언의 기본 구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장 피에르 주네 감독 특유의 색깔이 영화 전편에 흐르고 있다. 복제된 리플리가 자신의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무게 있게 그려지는가 하면 로봇인 칼이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앞서의 세 편에서도 리플리 역할을 훌륭히 해낸 시고니 위버는 50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사로서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에이리언들이 처음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볼거리이다.
◈은행원과 학원강사의 로맨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MBC 밤 11시10분) 박흥식 감독, 전도연·설경구·진희경 주연 (2001년작)연애에는 별로 재주가 없는 은행원과 그를 짝사랑하는 학원강사의 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영화로 관객들에게 멜로영화의 다양성을일깨워 준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듯 21세기를 살아가는 남자들이 소원하는 아내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김봉수는 아파트단지 내의 조그만 은행에서 일하는 입사 3년차 대리이다. 직장생활 3년과 학교 다닐 적 20년을 포함한 총 23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은그가 어느 날 무단결근한다. 이유는 단 하나이다.
갑자기 멈춰버린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모두들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지만 봉수는 이럴 때 전화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과 마주보는 보습학원에 봉수를 바라보며 조그만 사랑을 키워 가는 스물 일곱의 여자 원주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봉수와 원주는 라면집에서, 은행에서, 버스 정류장 등 매일 마주치면서도 말이다.
◈현대문명 풍자한 SF코미디
양배추 수프(EBS 오후 2시) 장 지로 감독, 루이 드 퓌네·장 카르메 ·자크 비레레 주연 (1981년작) 르네 팔레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현대문명의 모순을 풍자한 프랑스판 SF 코미디는 동화같은 상상력과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인다. 프랑스 한 복판에 있는 고립된 지역 '르 부르보네'에 살고 있는 두 농부는 레드 와인과 양배추 수프를 좋아한다.
농부의 집을 둘러싸고거대한 도시가 세위지고, 농부들은 자신들의 삶이 현대적인 세계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느 날 수프의 참 맛을아는 옥소(OXO) 행성의 외계인이 이들 두 농부를 찾아오면서 이들 농부들의 삶을 바꿔놓게 된다.
제작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100명이 넘는 기술진, UFO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세워진 2개의 SFX 스튜디오 등, 프랑스 영화계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 영화는 그러나 프랑스의 특수효과 기술 부족으로 인해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엄청난 스케일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헐리우드의 SF 영화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딸아이 친구를 사랑
아메리칸 뷰티(TBC 밤 11시40분) 샘 멘데스 감독,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주연 (1999년작)아내와 딸에게조차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직장 상사에게도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중년 남자 레스터 버냄은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 무색무감의 나락을 비집고 들어온 빛이 바로 딸아이의 친구인 '안젤라'다.
그날부터 장밋빛 정열이 되살아난 레스터 버넴의 새로운 삶이 시작하는데…. "삶의 표면 아래 가려진 좌절감을 통해 현대인의 기본적인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라는제도가 왜곡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결과가 인간의 영혼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심층 깊게 잘 표현했다는 극찬을 받은 작품.2000년 제72회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상, 감독상, 남우 주연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했다.
◈연극 주연배우에 사랑느껴
타인의 취향(KBS1 밤 11시20분)아녜스 자우이 감독, 장 피에르 바크리·안느 알바로 ·알랭 샤바 출연 (1999년작) 아녜스 자우이가 연출, 각본, 배우의 3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 영화는 2001년 세자르상 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등을 수상했다.
그 동안 프랑스 영화에서 보였던 무거움을 버리고, 경쾌하지만 매혹적인 방식으로 사람들을 관찰한 예리함이 빛나는 코미디.중소기업 사장 카스텔라는 타인의 취향에는 조금도 신경쓰지않는 완벽주의자인 부인과 함께 살아가는 교양은 부족하지만 순수한 남자이다.
그는 부인에게는 살찐다고 구박이나 받고 살고 있는데, 우연히 찾아간 연극무대의 주연배우를 보고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녀는 자신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로 소개받은 개인교사였다. 그녀의 관심을 얻기위해 연극도 보고, 그녀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전시회도 다니지만 그녀의 환심을 얻기는커녕 비웃음만 산다.
하지만 사랑으로 인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타인의 취향에 빠지며 숨겨져 있던 자신의 취향마저 발견하게 된 카스텔라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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