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다시 입시철에

원서 접수와 함께 각 대학의 2학기 수시 모집 전형이 시작되었다. 지난 1학기에도 있었던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이야 없지만, 수능시험 일자가 코앞에 다가와서인지 고 3 학생들의 관심과 긴장의 표정이 역력하다.

어느 대학이든 이 지루한 입시의 굴레를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들을 적잖게 읽을 수 있다. 입시란 우리 사회에서 미열처럼, 불안처럼 떠도는 하나의 기포이다. 고등학교에 자녀가 입학하자마자 부모들의 가슴은 3년이란 긴 시간을 입시가 주는 최면에 걸려 열병을 앓는다.

그러니 입시가 행복을 위한 욕망의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강박관념으로 생활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다. 이런 강박관념이 고액과외를 낳고, 교육비의 과다 지출로 인한 사회 문제를 낳는다.

또 각 학교의 형편과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일주일에 30시간 가까운 자율학습이란 관습을 만드는 것이다. 공부벌레들의 집단이라는 미국의 하버드 대학생들의 일주일 평균 공부 시간이 31시간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타나는 결과는 어떠한가. 물론 하버드생들과 비교한다는 게 무리겠지만, 원하는 대학도 못 들어가 절망하는 학생들이 수두룩하지 않는가. 학부모들도 남들 하는데 내가 안 하면 뒤처질까 너도나도 과외며 학원 수강을 권하거나 강요하면서 경쟁의 승자가 되려 노력한다.

승부 운운 하니까 이상하지만, 나는 인생의 중요한 승부는 중.장년 이후에 난다고 생각한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이 성공의 열쇠가 아닌 경우를 우리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더 나은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지만, 이즈음에서 교육 수요자들의 의식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삶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인생을 길게 설계할 줄 아는 안목인 것 같다.

공부는 철들어야 한다는 말처럼 자기 인생을 긍정적으로 즐기며 전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시야와 안목을 가진다면 눈앞의 작은 성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식의 발상과 행동은 나오지 않으리라. 유태인의 탈무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그런 지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영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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