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산가족 상봉-죽은 줄 알았는데

지난 4월에 이어 다섯달만에 또 다시 금강산이 반세기만의 혈육상봉의 눈물바다를 이뤘다.13일 오후 5시30분부터 금강산에 자리잡은 현대아산의 온정각휴게소에서는 북측 이산가족 100명이 2시간 남짓 각각 남측의 어머니, 아들, 딸, 형제, 자매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했으며 이어 오후 8시에 공동만찬을 가졌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김순규(93) 할머니는 50여년만에 만나는 북의 딸 최순옥(72)씨가 상봉장에 들어서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김씨는 딸과 함께 실종된 남편이 1954년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딸로부터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1950년 여름 아침을 먹은 뒤 사라졌던 북의 권오설(81)씨는 반세기 동안 수절하면서 딸 셋을 잘 키워준 남측의 아내 박중하(80)씨의손을 쓰다듬으며 "내가 불효자지, 당신이 고생했어... 젊었을 적에는 예쁘고 바느질 잘 하기로 소문났었는데"라고말했다.다리가 불편한 남쪽의 조금래(73)씨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북의 남편 리기탁(74)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측에서는 전사통보까지 받았던 리씨가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헤어질 당시 아내의 뱃속에 있던 아들 태석(52)씨가"아버님 절 받으십시오"라며 큰 절을 하자 "이사람은 뱃속에 들어있던 알지도 못했던 유복자야"라고 말하며 어쩔줄을 몰았다.

남편이 전사한 줄 알고 2년전까지 국립묘지를 찾았던 아내 조씨가 새색시처럼 뭔가 부끄러운 듯 남편에게 다가서지 못하자 리씨는 "여보 이리 가까이 와서 앉아야지"라며 다정다감한 모습을 내비쳤다.

전장에서 숨진줄 알았던 손윤모(68)씨를 본 남측의 누나 갑순씨는 "우리는 죽었다고 제사를 지냈지, 국립묘지에 모시고"라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고, 손씨는"금방 알아봤지, 옛날 모습이 남아 있어서"라며 누나들의 마음을 달랬다.북측의 리우문(70)씨는 남의 동생으로부터 남쪽의 장모 김유중(93)씨를 소개받고 말을 잊은 채 손을 잡고 굵은 눈물만 흘렸다.

리씨가 품속에서 아내 이경란씨의 사진을 꺼내 장모에게 건네자 사진속 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우문씨와 경란씨는 똑같이 남측 출신으로 북에서 만나 가정을 꾸렸다.반면, 북측의 량희명(72), 김흥만(79)씨는 모두 남쪽의 아내들이 재가했다는 이유로 이번 상봉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의 김학래(74)씨가 "불쌍한 내 동생 살아있었구나"며 앞을 못보는 남의 동생 근래(68)씨를 부둥켜 안자, 근래씨는 "금방목소리로 알아보겠어요"라고 음성으로 오빠를 확인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오빠 김씨도 "근래가 어릴 때부터 앞을 못봐서 항상 불쌍했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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