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버지는 누구인가

19세기 러시아 작가 루르게네프의 장편소설 '아버지와 아들'은 세대간의 갈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러시아의 농노제 폐지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사상적 상극(相剋)과 가치관을 달리하는 견해 등 대립시각을 다룬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아버지와 자식 관계를 긴장관계로 설정했다는 분석도 낳는다.

우리 전통의 부자관계로 보면 말도 안되는 돌팔매질을 받을 일이 되지만 동양 저편에서는 우리와 다른 미묘한 갈등심리의 표출이 간혹 있었던 같다. 어떤 가치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부자관계가 이처럼 혈연차원을 넘어 갈등으로 비쳐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괴테의 외아들 아우구스트는 늘 아버지를 피해다녔다고 한다. 독일의 위대한 문호(文豪) 괴테의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을벗지 못한다는 압박감에 늘 긴장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위대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할 수가 있다. 결국 아버지 재능을 이어받지 못하고 '괴테 아들'로만 남았다. 이와는 반대로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철저한 보살핌으로 음악적 재능을 어릴적부터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교육자인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의 음악성취에 몰입(沒入)한 헌신적인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작자미상의 글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그렇다. 공부 잘하는 자식이 칭찬받을 때도 자랑이겠지만 좋은 일을 해서 주위 친구나 지인(知人)들로부터 칭송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 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그렇다. 살아 생전에 자주찾아뵙고 말씀 듣고 해야 하는 것을 돌아가신 뒤에 후회한들 가슴만 칠 일이 아닌가.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세파에 시달리면서 자식들 앞에서는 표현을 아낀다.

말씀은 생략하지만 아들·딸들의 몸짓으로 모든 것을 헤아리는 혜안 앞에 '아들·딸의 키'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큰 분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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