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산물도매시장 끊이지 않는 의혹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시영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도매시장)의 불.탈법영업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시민단체의 도매시장 정상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으나 해결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도매인과 출하자간 결탁에 의한 저가낙찰, 중도매인과 도매법인간 중복약정 등 의혹은 더해 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와 생산농민, 대구시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시는 "도매법인간 문제"라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기초채소 공급의 주요 루트인 도매시장의 문제점과 해법 등을 집어본다.

◆경과

도매시장은 지난 1988년 설립이후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매법인 주주와 중도매인의 미분리로 인한 무.배추 출하자-중도매인의 사전 결탁에 의한 이중거래, 저가낙찰 등 탈.불법행위는 도매시장의 대명사가 됐다.

결국 지난 2000년 대구경찰청이 수사에 나서 중도매인 등 120명을 입건, 11명을 구속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시도 이같은 불.탈법행위를 뿌리뽑겠다며 작년 주.중 분리를 원칙으로 일부 도매법인을 통폐합하고 잔품처리장을 재배정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같은 파동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도매시장의 불법 관행이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배추 비정상 가격낙찰, 출하자-중도매인간 결탁거래, 이중거래 등의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중도매인들이 2개 도매법인과 중복약정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빚어졌다.

◆도매시장 정상화의 필요성

이같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는데도 시는 '해결방법이 없으니 덮어두고 보자'는 식이다. 이 경우 도매시장은 특정 중도매인과 출하자들의 위탁처리장으로 전락해 기초 채소인 무.배추의 비정상가격 낙찰과 유통, 대 소비자 공급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조성한 도매시장이 채소류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유지라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산지농민들은 무.배추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소비자들은 저가에 낙찰된 무.배추를 유통과정에서 형성된 높은 가격에 사 먹어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또 시는 저가낙찰로 인해 거래액에 따라 부과되는 수수료 수입이 줄고, 또 도매법인의 경우 실제보다 낮은 매출로 탈세를 하는 꼴이 된다.

◆쟁점

도매시장 문제는 외형상 시장내 대양청과와 효성청과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 관리규칙은 법인 소속 중도매인의 무단이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5월 초 효성청과 소속 중도매인들이 대양청과와의 이중약정 움직임을 보였으나 시는 행정지도조차 외면했다.

결국 같은달 22일 효성청과 중도매인 46명이 대양청과와 중복으로 거래약정을 체결하면서 무.배추의 정상가격 이하 낙찰 등 시장질서 붕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와 시장관리소는 27일 뒤늦게 '올 연말까지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간 중복 거래약정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의혹만 키운 셈이 됐다.

공문 발송 날짜를 기준으로 '이미 중복약정이 이뤄진 경우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이날 이후 효성청과는 무.배추의 경매물량이 크게 줄면서 경매기능을 상실, 문제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와 대구시는 "효성청과가 산지물량 매집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규명해야 할 부분

우선 시장 개설자이자 관리자인 대구시와 시장관리사무소에 대해 '도매시장 운영관리조례 및 시행규칙'대로 도매시장을 운영, 관리했는지를 따질 필요가 있다. 또 담당 공무원과 특정 도매법인 및 중도매인간 유착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무.배추의 이중거래, 즉 유통인과 중도매인의 결탁거래 여부. 이는 시가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며 수사당국에 일임했다는 부분이다. 시는 "수사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확인, 입증할 수 있다"고 장담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들어 현재까지 두 법인의 무.배추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결탁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매시장은 실제 경매가격과 거래 가격을 달리한 뒤 차액을 뒷거래한다는 의혹이 불거져 왔다. 두 개 법인에서 같은 날 거래된 무.배추의 낙찰가격과 실제 건네진 금액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엔 중도매인과 영농법인이 거래한 내역을 파악하면 단서를 잡기 쉽다. 영농법인의 경우 뒷거래 내역도 장부상 기재를 해야하기 때문. 한 법인에서 고가에 낙찰된 무.배추에 대해 출하자가 인계를 거부하고 타 법인으로 옮겨 처음보다 낮은 시세로 파는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

◆대구시의 입장은

시 관계자는 '도매시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사법당국이 수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서는 "단지 도매시장내 도매법인간 싸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또 도매시장의 불.탈법 의혹과 관련, "특정 출하자-중도매인간 거래리스트와 대금결제 실태를 분석, 출하자 청문조사 등을 통해 불법 유통행위를 확인한 뒤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대금정산 창구에 입회, 현금의 본인 수령여부를 중점 조사했으나 낙찰가 외에 현금을 뒤로 주는 행위를 단 한 건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법은

무엇보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실질적인 분리가 중요하다. 지난해 시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를 요구했다. 서류상으로는 도매법인 주주와 중도매인을 분리해 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중도매인들이 주주로 그대로 있다면 상장수수료와 세금을 포탈하기 위한 저가낙찰은 근절될 수 없다.

즉 주.중 분리가 이뤄져야 중도매인간 및 도매법인간 낙찰가격 경쟁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도매법인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정상가격 낙찰을 유도, 농민들은 제값을 받고 출하하고 대구시는 수수료와 세금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혈세로 조성된 도매시장을 엄격히 관리해야 할 대구시가 이를 팽개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은 수사당국으로 넘어간 상태지만 조해녕 시장도 시민들의 기초채소 공급원인 도매시장 불.탈법 행위 척결과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 관련 공무원들의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직접 도매법인 및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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