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DMZ 뚫은 것은 '의미'있는 일

남북이 마침내 비무장지대(DMZ) 경의선.동해선 연결공사를 위한 군사보장합의서를 만들어냈다. 1953년 7월 정전이후 양측의 수도 없는 무력충돌과 설전과 불신을 쌓았던 통한의 군사장벽에 아주 작은 '신뢰의 단추구멍'하나를 뚫어낸 것이다.

우리는 이 단추구멍 하나가 곧게 뚫어지고, 막히지 않아서 마침내 7천만 남북동포가 활보할 수 있는 거대한 통일의 구멍으로 커지기를 기대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교류.협력의 활성화는 바로 이같은 작은 단추구멍의 뚫림, 합의와 약속의 '실천'에서 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흘뒤 양측이 50년동안 닫아놓았던 DMZ 통문(通門)을 각기 열어서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1.8㎞ 전방에서 동시에 군사분계선을 향해 지뢰제거작업에 돌입키로 한 것은 실로 남북분단사에 기록될 새로운 페이지가 틀림없다. 비록 휴전선의 한 점(點)에 불과하지만, 그 한 점에서의 남북간 상호 무장해제는 쌍방간 군사적 안보의 허점을 노출시키는 위험한 선택인 동시에, 그 위험성을 믿음으로 극복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경제협력.이산상봉.금강산 관광 등 화해.협력의 숱한 약속들이 한방의 총성에 의해 깨어지고 중단되어 왔고보면 이번 군사보장 합의가 부디 남북간 군사대화의 발판이 되기를 희망한다. 육로관광.상설면회소.관광특구.개성공단 등의 합의가 또 언제, 하세월이 될까 '의심'의 생각들이 군사합의 하나로 눈녹듯 녹아버릴 리는 없기 때문이다.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DMZ 공사기간중 군(軍) 실무자간 직통전화 개설도 큰 성과로 보고싶고, 이것이 고위군사당국자간의 '핫라인'으로 발전되기를 강렬히 바란다. 지뢰.폭발물 제거작업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와 우발적 마찰로 철도연결이 멈춰서도 안되는 것일 뿐더러, 서해교전에서 보듯 예측할 수 없는 돌발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고위 군사당국간의 '핫라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이 남북간 군사대화의 첫 단추를 끼웠긴 하나, 온 길이 천리면 갈 길은 만리다. 우리는 오늘과 내일 판문점에서의 합의서 서명 교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어 양측의 공사가 중단없이 이어져 남북의 작업 군인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웃으면서 군사분계선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자 한다. 내친 김에 재작년 9월 서귀포에서 한번 열리고 만 남북 국방장관의 두번째 만남도 곧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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