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외국인과 편견

이제 우리들에게도 외국인이 낯설지 않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러나 뇌리 속에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맺어진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외국인이라면 백인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백인이면 미국사람으로, 흑인이면 아프리카사람으로 인식되곤 했었다.

우리들은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레 내세우면서, 은연 중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백인에 대한 맹목적 선망은 여전한 반면에 흑인들에게는 비속한 칭명 뿐만 아니라, 비록 직역의 결과이기는 하지만'검은 돈' '검은 명단' '암시장'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혹독한 부정적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40여만명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중국교포를 제외한 대다수가 백인도 흑인도 아닌 제3의 동서남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이들의 피부색이 우리가 떠올리는 그 '살색'(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적 용어여서 사용이 금지됨)의 범위를 벗어나 검은색 계통이라 그런지 저임금과 임금체불, 그리고 폭행 등 온갖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배타적인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권리, 즉 인권마저 침해 받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인 어머니(Korean)와 동서남 아시아인(Asian) 사이의 2세를 지칭하는 '코시안'(Kosian)의 현실이다.

중국 원나라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한국전쟁 이래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과 베트남전쟁때 월남 여인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2세(라이따이한)들의 문제에 우리들은 너무 무관심했다. 우리들 역시 1960년대 이후 한동안 서독과 중동 등지에서의 '해외 파견 근로자' 였지 않은가.

이제 국제결혼이 일반화되고 세계 속의 한국을 내세우면서도 이처럼 소외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나 그 혼혈 2세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센터나 종교단체 및 시민단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면하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우리도 역사상 주로 설움받는 처지에 있었고, 황인종인 유색인종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잊지 말자. 콤플렉스에 의한 피해주의의 결론은 아니다.

계명대 교수·오르가니스트 권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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