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세대 차례상 차리기-제수분담, 맞춤주문

명절 음식이나 차례상 차리기 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아직은 며느리들이 시댁에 옹기종기 모여 전을 굽고 송편을 빚는 경우가 많지만 신세대 주부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음식 분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강모(회사원)씨는 업무 특성상 명절 전날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한두 해도 아니고 매년 동서들, 시어머니 눈치가 보여 작년부터는 아예 일부 음식은 자기가 맡아서 만들어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냥 음식비를 좀 넉넉히 건넬까 생각도 했지만 '직장에 다닌다고 돈 자랑하는가' 하는 핀잔을 들을까 걱정이 됐던 것이다. 음식은 큰 것들을 한 묶음으로 해 나누는 것이 보통. 아무래도 손이 많이 가는 적(炙)과 전(煎)을 중심으로 고기와 과일,떡,해물 등을 한편으로 나눈다. 숙채는 고사리와 도라지를 각각 따로 나누기도 한다.

화원 명곡 미래빌에 산다는 이모, 김모 주부도 이런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동서들끼리 모여 음식을 만드는 일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시댁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아파트가 아니어서 일하기도 불편하다.

"일단 음식을 나누고, 그래도 도저히 못하겠다 싶으면 시장에 가서 삽니다. 돈은 좀 더 들지만 이래저래 마음 고생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지요". 차례 음식은 정성이라고 하지만 주부들은 동서간의 불편이 음식 만들기보다 더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아예 차례상을 통째 주문하고 싶지만 그것도 집집마다 의견이 맞지 않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이들은 귀띔한다.

차례상을 통째 주문하는 주부들도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추석을 앞두고 동네마다 제상 서비스업체가 속속 생겨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1년 전까지 전국적으로 15, 16개에 불과하던 제상 서비스업체는 현재 전국 30여개.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추세라 정확한 수치를 알기도 힘들다. 제상 서비스업체를 이용하는 연령은 30, 40대를 중심으로 50~70대까지 다양하다.

"지난 5월 제사를 앞두고 몸을 다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제상을 주문했는데 이번 추석엔 아예 집안의 합의를 거쳐 주문했어요. 음식도 정갈하고 여유도 있어 편해요." 주부 김영숙(달서구 용산동)씨는 앞으로 제사 음식은 모두 주문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제상 서비스업체 '제삿날'을 운영하는 이창섭(대구시 중구 동문동)씨는 젊은 주부들 중에는 제상을 주문했다가 집안 어른들의 허락을 받지 못해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제사 음식에 관해 세대간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는 것. 이씨는 그러나 한번 제상을 주문해본 사람은 매년 주문한다며 제상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제상 서비스 업체의 평균 제상 가격은 기본상 16만~17만원, 맞춤상의 경우 30만원이 넘는 것들도 있다. 보통 제사나 명절 5일전까지는 주문을 해야 날짜에 맞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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