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아마추어 천문회

별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밤 하늘은 마치 포근한 고향의 모습과도 같다. 칠흑같은 어두운 밤 하늘에 쏟아지듯 반짝이는 별들. 우주가 펼치는 환상적인 쇼를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모든 이들이 동경하는 꿈이고, 하늘은 언제나 신비한 대상임에 틀림없다.

대구아마추어천문회. 이 동호회는 지난 1985년 여름 개인적으로 천체를 관측하거나 별자리에 관심 있는 10여명의 애호가들이 모여 비정규적인 몇 번의 자리 후에 결성된 모임이다.

한국아마추어천문가회 등 대부분의 행사가 서울 위주라 참여가 쉽지 않고, 각기 관심은 높지만 장비 부족과 관측자료 미비 등의 어려움을 겪던 차에 몇몇 동호인들이 지역모임의 결성에 뜻을 모아 대구아마추어천문인의 모임으로 발족했다. 발족 당시 '대구아마추어천체관측회(첨성대)'라는 명칭으로 출발했으나 87년부터 '대구아마추어천문회'로 바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당시 76년만에 지구와 가까이 만나는 핼리혜성의 출현은 천체관측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모임에 참가했고, 특히 85년 11월부터 86년 4월까지 20회 이상의 '핼리혜성 관측회'를 통해 많은 사진과 관측 자료를 얻기도 했다.

이때 찍은 사진들을 한 과학전문지가 주최한 핼리혜성 사진콘테스트에 출품, 총 입상작의 40%를 대구아마추어천문회 회원들이 차지하는 등 큰 수확을 거두기도 했다. 한 때 활동이 지지부진하기도 했으나 지난 1992년 천체망원경 전문점(유로코)이 대구에 문을 열면서 이듬해부터 아마추어 천문캠프를 개최하는 등 재도약기를 맞았다.

현재 대구아마추어천문회(회장 정재완) 회원은 모두 22명. 20대부터 50대까지 교사, 회사원, 한의사, 사진가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성회원은 모두 5명으로 밤늦게까지 산악지대에서 관측해야하는 등 활동여건이 여성에게는 그리 좋지 않아 참여도가 낮은 편이다.

이들은 매달 영천 보현산, 청송, 창녕 등지로 정기 관측에 나서고, 매년 천문캠프를 개최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천체관측 인구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또 남구청 우주소년단 지도에서부터 국제재활원 장애인을 위한 별보기행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대구아마추어천문회는 지난 주말 청도 운문사에서 천문캠프를 개최했다. 올해로 10회째로 초.중.고교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천문관측에 대한 기초를 열어주고, 관심을 유도하는 행사다. 매년 400~5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고 있는 이 행사는 외국에 비해 천문관측에 대한 관심이 낮은 현실에서 국내 천문학 인구를 넓히는데 견인차 역할을 맡고 있다.

회장 정재완(37.현대수지공업사 영업부장)씨는 "고가 장비구입 등 여건은 힘들지만 별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취미"라며 "이같은 관측 열기가 응집돼 한국 자연과학의 기초를 튼튼히 닦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불빛이 시골로 확대되면서 관측 여건이 점차 나빠지고 있는 것이 동호인들의 고민거리. 때문에 회원들이 조금씩 힘을 모아 경북 북부지역에 적합한 관측장소를 물색, 협의중이어서 앞으로 체계적인 관측활동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강원도의 경우처럼 '별빛보호구역'이 대구경북지역에도 확대돼 안정적인 관측활동이 가능해지기를 이들은 희망하고 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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