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사회의 따뜻한 관심 덕분에 이제는 아이들도 장성하고 비교적 안정된 삶을 되찾게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제까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91년 대구시내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이웃으로 함께 살면서 모자가정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살아가던 사람들. 서로 의지하며 위로하기 위해 만든 모자가정 '한마음회' 회원 10명은 추석에 앞서 16일 자식들이 외면, 쓸쓸한 명절을 보내야 되는 140여명의 이웃 노인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그동안 모자가정이라는 이유로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앞으로는 자기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등불이 되고 싶다는 게 이들의 소망이다.
한마음회 회장 김정숙(56)씨는 "남편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이 셋을 키우느라 채소장사, 연탄배달 등 안 해본 것이 없다"며 "어렵고 캄캄했던 세월을 겪으면서 그동안 도움을 준 이웃들을 위해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해 봉사활동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결혼 6년만에 병으로 남편을 잃은 김춘자(49)씨도 여섯살, 세살의 두 남매를 키우느라 식당, 섬유공장 허드렛일, 트럭 운전 등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김씨는 "처음 남편을 잃은 후엔 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한마음회 식구들을 만나면서 힘을 얻어 지금은 아이들도 대학생이 됐고 소박하지만 안정된 가정도 되찾게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려울때 따뜻하게 감싸줬던 고마운 이웃들을 돕는 일만 남았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마음회 회원들은 매달 푼푼히 회비를 모아 이번 무료 급식행사를 시작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기적인 지역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번 수재로 집을 잃은 많은 수재민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꾸리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 죄송한 마음만 든다"며 꼬깃꼬깃한 봉투를 수재의연금에 보태 써달라며 내미는 억척스런 한마음회 회원들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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