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먹자판 강원랜드

요즘엔 '홍3'고스톱이 유행이다. 따로 설명이 필요없이 고스톱깨나 치는 꾼들에겐 거의 알려진 사실이다. 지역에 따라 약간씩 변형돼 있지만 그 중 압권은 '홍단 3점'으로 난 사람에게 두 사람은 지갑째로 털어주고 판을 끝낸다고 한다. YS와 DJ가 주도권 싸움을 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이민우씨가 신민당 총재를 맡으면서 두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이민우 고스톱'은 3점이 나도 '고''스톱'을 두사람에게 물어보고 한 희한한 고스톱도 있었다. '전통 고스톱'은 싹쓸이를 했을 때 '피'를 한장씩 받는 게 아니라 두사람이 따다 놓은 패를 보고 '알짜배기'를 빼와 자기화투에 끼워 넣는다는 게 그 특징이었다. 한국인의 도박중독증에 정치를 풍자해 믹스해 놓은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전통'이나 '이민우 고스톱'은 나름대로 '룰'이 있는 반면 최근 '홍3 고스톱'은 일거에 '몰수'식의 '대박'심리가 그 근저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느냐, 천우신조로 잡은 이 기회에 체면이고 뭐고 볼 것 없이 평생을 담보할 대박을 갖고보자는 '막판심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 그야말로 '도박'이 다.

▲도박열풍이 아직까지 한창 일고 있는 강원랜드가 예상했던 대로 지난해에만 매출 4천620억원에 3천600억원의 엄천난 영업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이 카지노를 내국인들의 입장을 조건으로 어렵게 허가를 내준 건 석탄산업이 붕괴되면서 점차 피폐해져가는 강원탄광지역을 개발하자는 데 있었다. 그래서 그 수익금을 탄광지의 지자체에 넘겨줘 불원간 옛 탄광촌의 명성 못지 않은 '꿈의 도시'로 가꾼다는 게 당초 취지였다. 그런데 자자체에 준 건 10%인 360억원에 불과했고 그 나머진 '탄광지 개발'과는 무관하게 쓰여졌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건 수익금을 임직원들의 성과급 등으로 무려 2년새 최고 736%나 지급하는 등 말하자면 '임직원들의 돈파티'를 즐겼다라는 대목. 오히려 지역주민 일부는 도박 중독증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례가 많다니 이쯤 되면 '꿈의 카지노'가 아니라 '지옥의 카지노'가 아닌가. 그런 그 카지노를 관장하고 다독거려야할 문화관광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도 약간은 풀리는 듯하다.

▲강원랜드의 임직원들이 정권실세의 측근, 고위층의 조카사위 여당의원의 사위, 동서 등으로 포진됐다는 게 이번 국감에서 야당의원에 의해 드러났다. 문화관광부가 제대로 힘쓰지 못하게 돼 있다. 도박꾼들의 가산탕진한 그 돈으로 힘있는 '임직원들의 배'만 결국 불려준 꼴이 됐다. 탄광지 주민들의 '라스베이거스 꿈'이 애시당초 이룩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강원랜드는 탄생된 셈이다. 끼리끼리 먹어치우는 '먹자판'만이 있을 따름이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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