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근로자 쥐어짜는 租稅행정

근로자들은 과세(課稅)에 있어서는 여전히 '봉'인 것으로 재삼 확인됐다. 경제성장의 과실(果實)분배에서는 철저히 소외되면서 늘어나는 세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근로자들의 현주소는 한국 사회의 '중산층 위기'를 대변해주는 것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재정경제부가 16일 한나라당 정의화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1년 현재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96년에 비해 1.9% 증가한 반면, 실질근로소득세는 7.1%나 증가, 근로소득세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거의 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수입은 거의 답보 상태인데 세금은 득달같이 올랐으니 살림살이가 쪼그라 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2000년까지는 실질근로소득세 증가율보다 실질소득 증가율이 높았는데 2001년에 역전됐다는 것은 정부의 '중산서민 정책의 실종'을 말해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근로자들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임이 분명한데도 그 열매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 기간동안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2.5%인데도 근로자 실질소득증가율이 1.9%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구조적인 사회 병리가 아닌가. 과세 자료가 완전 노출된 근로자들은 한푼 예외없이 원천징수 당하는데도 다른 계층에 비해 사회 편익을 더 받기는커녕 거의 외면당하고 있으니 힘겨운 봉급쟁이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각종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 등을 통해 직장인들의 세(稅)경감 혜택을 늘렸다는 정부의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됐다.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이 낸 세금총액에서 직장인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줄곧 60~70%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고액 재산가들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증여 및 양도세의 명목세율을 높였지만 상속세 실효세율은 2000년 34.2%에서 2001년 31.3%로, 증여세 실효세율은 31.3%에서 28.8%로 떨어졌다.

이는 세금의 누진성 원칙에 위배되며 조세납부의 공평성에도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지난해의 경우 국세수입은 당초 계획보다 덜 걷혔는데도 근로소득세는 당초 예산보다 38.7%나 초과징수할 정도로 봉급자를 쥐어짜면서 부유층은 점차 조세 사각지대화되고 있으니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은 헛구호란 말인가. 근로자를 '봉' 취급하는 것은 중산층 붕괴의 한 요인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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