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남 대흥사 원교-추사의 일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Ⅰ(1993)과 완당평전(2002)에는 추사 김정희와 원교 이광사에 얽힌 얘기가 나온다. 정설로 확인된 것은아니지만 추사의 서예관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추사가 54세때 제주도로 귀양을 가다 해남 대흥사에 들렀다. 대흥사에 걸려있는 원교의 현판글씨를 보고는 지인인 초의선사에게 "조선의글씨를 다 망쳐놓은 것이 원교 이광사인데, 어떻게 안다는 사람이 그가 쓴 현판을 버젓이 걸어놓을 수 있는가"라면서 자신의 글씨로 바꿔달게 했다.

9년후 유배지에서 풀려나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다시 대흥사에 들른 추사. "옛날 내가 귀양길에 떼어내라고 했던 원교의 현판이지금 어디 있나? 있거든 내글씨를 떼고 그것을 다시 달아주게, 그때는 내가 잘못 보았어"· 인간적으로 학문적으로 성장한 추사의 모습을 보게 된다.

현재 대흥사에는 획이 가늘고 빳빳하여 화강암의 골기(骨氣)를 느끼게 하는 원교의 대웅보전 현판과 그 왼쪽 승방에 획이 살지고 윤기나는 추사의 글씨 무량수각(无量壽閣)이 나란히 걸려 있다. 상반된 서예정신과 미감을 가진 두 사람의 글씨가 함께 걸려있는 것은 역사적 아니러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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