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풍도(風道)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덥고 또 물난리로 온 나라를 들쑤셔 놓던 기상 변화들이 민족의 명절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의 순환이라지만 안심이다. 그러면서 여름이면 유별나게 덥고 또 겨울이면 추운 대구의 기후조건이 지형 못지 않게 우리가 그런 환경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해본다.

그 중 하나가 도시하천의 '풍도(風道)'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도시 기후가 새로운 문제를야기할지도 모른다. 도시를 흐르는 하천은 수면의 냉각효과는 물론 하천을 따라 다방면으로 풍도를 형성하고 이것이 도시환경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인구집중과 함께 건축물의 고층화, 고밀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의 열 오염 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시 확장이 도시환경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와 대형유리 등으로 뒤덮이게 되면서 도시기후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대도시 대구도 그 중 하나다.

대구의 도시하천 신천에서도 이를 거슬러 올라가는 바람이 풍도를 따라 대구의 기후에 수백년, 수천년 영향을 미쳐왔다. 그러나 최근 신천 주변에 고층 아파트군이 분별없이 들어서면서 풍도가 막히게 되었고 그 산물로 신천의 도시 기후 조절기능이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과 같이 공기도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이용한 풍도는 우리 조상들이 살던 옛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여름 한옥 대청마루 바닥 밑의 선선한 공기와 정침(正寢)안마당 바닥의 뜨거운 지표면 사이의 온도차를 이용한 대청마루 밑의 풍도는 마루바닥을 더욱 시원한 여름 공간으로 사용하게 하였고,길고 높은 한옥의 토석담 밑에 내놓은 풍도를 따라 들어오는 짜릿한 바람의 특별한 느낌 또한 옛사람들의 생활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도시하천 주변에서 발생하는 바람의 이동로를 막고 있는 고층 아파트군들이 풍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여 도시하천에서 발생하는 바람이 하천 주변의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재인식시키고 시민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풍도의 길이다시 열릴 날을 기대해 본다.

현재 우리의 생활 환경을 쾌적하게 개선하는 것은 물론 후손에게 물려 줄 아름다운 대구를 위하여. 산사태와 물난리만 자연재해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남이공대 교수·경북도 문화재위원 최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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