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협상단이 피랍 일본인 8명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고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김 위원장이 일본측도 놀랄만큼 '납치'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사과함으로써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평양선언'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우리정부는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서 그동안 뭐했나?"하는 자괴감을 느꼈을 법하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총리 앞에서 일본인 납치를 '대남공작용'이라고 털어놓았음에도 정부는 성명서 한장은커녕, 국회마저 싸움질에 정신이 빠졌으니 국민의 심사가 뒤틀릴 만도 한 것이다. 고이즈미는 지금 분노하는 일본여론을 눈물로 달래면서, 오히려 국내의 비판여론을 무기삼아 수교협상에서 유리한 패를 거머쥐게 됐으니 우리로선 더욱 착잡할 수밖에 없다.
2만6천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는 남북협상에서 완전히 '비인기 품목'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걸핏하면 '월북자만 있을뿐 포로나 납북자는 없다'고 발뺌해왔고 우리정부 또한 현안문제에서 '과거사'는 뒷전이었던게 사실이다. 그에 비해 고이즈미는 평양공항에서 꽃다발 하나 못받는 쌀쌀한 대접속에서도 자국민 납치문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항복'을 받아냈다.
물론 우리정부가 봐야하는 북한과 일본이 보는 북한이 다르고, 협상의 내용물이 다르며, 국제정세의 흐름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협상 방식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햇볕과 포용은 충분히 하나의 수단이었다. 외교나 정책이란 것은 어떤 정권에서나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볼때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위태롭고 북일 정상회담은 단숨에 '벽'하나를 뛰어 넘었다. 고이즈미는 '납치문제 해결없이는 수교없다'는 식으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을 오히려 차용함으로써 성공했으나 우리 정부는 골치아픈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는 전략에 의존함으로써 '작은 성과 큰 비판'의 스트레스를 자초해온 셈이다.
아웅산 테러나 KAL기 폭파라는 엄청난 사건에 대한 공식사과 한번 여태 못받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요, 그래서 '퍼주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따가웠던 것이다.
이제 원칙을 지키는 일본의 협상 자세에서 한 수(手) 배워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우리에게라고 사과 못하란 법이 없다. 적어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과는 우리에게 KAL기 납치사건, 납북어부와 포로문제 등에서 입을 떼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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