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수재민에게도 추석은 오고…

"딸의 시신이라도 찾아야 조상을 뵐 면목이라도 있을 텐데…"라는 이 한마디가 바로 현재 수해민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폐허가 된 집이나 논밭은 물론 아직 가족조차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못한 상태인 것이다.

무심한 것이 세월인가. 그래도 슬픔뿐인 이 수해민에게도 추석은 다가왔다. 무슨 명절 기분이 나겠는가. 그래도 수해민의 정성은 갸륵했다. 경북도가 수해을 당한 동네에 합동제례를 준비하자, 그래도 우리 조상은 우리가 모신다며 아무 것도 없는 컨테이너 박스에서 제사를 모시려는 정성을 보고 눈물이 글썽여지더라고 어느 공무원은 말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폐허 속에서도 수해민의 마음은 아직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남아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민심 또한 그렇게 무심하지는 않았다. 수십만의 자원 봉사 물결과 1천억원이 넘는 수해의연금을 모으는 국민적 정성이 있었다. 수해 복구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 정성 자체가 위안을 주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특히 경북도에서는 각종 사회단체들이 수해복구 사업 지원외에 추석함께 보내기 운동을 펼쳐 나눔과 베풂의 수범을 보여주고 있다. 도내 지역 청년회 등 35개 단체 4천300여명은 수해민과 함께 소년 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에까지 생필품과 밑반찬, 제수용품 등을 보내 이들과 아픔을 함께 하고 있다.

또 울진군에는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행리 주민들이 96년 철원수해 때 받은 온정에 보답한다며 쌀 등을 갖고 찾아 온 것은 정말 '온정이 꽃피는' 미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철원군에 사는 이들은 지난 59년 사라호 태풍때 피해를 입고 집단 이주한 사람들이라는 데서 더욱 감동적이다.

올 추석도 예외 없이 교통체증이 극심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추석만은 교통체증이 이슈로 등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해민의 아픔 앞에 체증이나 탓하고 앉아 있을 정도로 편한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 각자가 제대로 교통질서만 지킨다면 교통체증은 엄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체증을 탓하며 놀러 다니기보다는 수해을 당한 고향이나 마을을 찾아가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올 추석을 바로 보내는 것이 아닐까.

온정도 나누면 보람이 두배가 된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추석이 있는 이상 우리는 결코 후진국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에 감동을 주는 선진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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