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산가족 근본대책 시급

18일 오전 북측의 금강산여관에서 개최된 작별상봉을 끝으로 제5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마무리됐다.이산가족들은 2박3일동안 단체상봉과 공동만찬, 개별상봉, 삼일포 참관, 작별상봉 등 빠듯한 일정을 통해 반세기동안헤어졌던 가족들과 만나 혈육의 나누고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맞이했다.

이번 상봉행사를 전후해 최초로 총재급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려 금강산면회소 설치가 논의됐고 동해선 철도.도로연결공사 착공식이 열려 향후 상봉정례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령화에 따라 일부 이산가족들이 상봉을 미리 포기하거나 행사도중 후송되는경우도 발생해 당국차원의 근본적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면회소 설치시급=남북한 적십자사는 지난 8일 제4차 적십자회담에서 남측이 자재와 장비를, 북측이 인력을 각각 제공해 금강산지역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공동설치.운영하기로 합의했다.또 경의선 철도.도로가 연결되면 서부지역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문제를 협의.확정하기로 결정했다.양측은 아울러 이산가족 생사.주소 확인과 서신교환을 계속 확대하되, 구체적인 규모나 방법은 추후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이산가족들이 희망해온 '상봉정례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응급환자 속출=지난 12일 남측 상봉단 가운데 이필재(54)씨가 오후 6시40분께 숙소에서 갑자기 각혈을 하며 쓰러져 119 구급차로 이송됐다.또 북측의 류호영(76)씨를 만나러 방북하려던 사촌동생 호태(58)씨가 몸이 아파 조카 며느리 오병임씨가 대신 금강산 상봉 길에 합류했다.

17일 오전 8시 30분께 북에 남은 아들과 딸들을 만나기 위해 금강산행을 강행했던 강기원(91)할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돼 설봉호를통해 장전항을 떠나 속초항으로 이송됐다.이산가족 고령화에 따라 응급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산가족 이동구간은 물론 상봉행사가 진행되는 금강산일대에 전문의료기관이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벤트성 상봉 '이제 그만'=반세기만에 이산가족들은 그동안 살아온 인생얘기를 제대로 할수 없을 정도로 2박3일 일정이빠듯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산가족들이 2박3일 일정동안 실제로 가족들이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1시간에 불과하다.그나마 수시로 장소를 옮겨가면서 각종 행사들이 치러지고 취재진의 경쟁적인 취재활동으로 인해 가족끼리 '가슴 터놓고' 대화할 수상황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향후 전망=북측이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국군포로.납북자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 오던 종전입장과 달리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지시라며 6.25전쟁 행불자의 생사.주소 확인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남북 양측이 협의.해결하기로 합의했다.따라서 그동안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던 국군포로와 납북자들도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에 포함시켜 상봉행사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합의서에 명시된 '전쟁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자들'의 개념과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중 북한군에 끌려간 납북자는 7천34명, 국군포로는 1만9천여명이며 이 가운데 337명의 납북자, 343명의 국군포로의 생사가 확인된 상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