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와 폐농 위기, 짧은 연휴 등으로 올 추석 민심은 여느해보다 썰렁했다. 게다가 각종 비리와 부패에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로 인해 정치에 대한 냉담함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태풍 루사로 문전옥답이 자갈밭으로 변하고 산사태로 집마저 잃어버린 영양군 석보면 요원리와 수비면 수하리 등에는 예년같으면 명절을 맞아 북적거렸을 마을이 한산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벌초와 함께 성묘를 일찌감치 끝내고 대구.부산 등지의 친척이나 자식들 집에서 추석을 보내기 위해 역귀성하는 바람에 마을이 평소보다 더 썰렁하기만 했다.
석보면 요원리 김중현(54)씨는 "산사태로 집을 잃은 주민들은 추석명절을 보내기 위해 읍내로 나가거나 자식들 곁으로 떠나면서 명절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했다.특히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였던 군도 10호선이 유실됐던 수비면 수하리 마을은 성묘객들이 타고 온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해 1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등 귀성객들의 불편이 컸다.
침수로 주택피해를 입었던 입암면 삼산리.방전리 주민들은 다행히 추석날 햇볕이 나자 "비가 오면 어디서 차례상을 차릴까"하는 고민을 털고 아침부터 서둘러 산을 찾아 성묘를 했다.
이번 추석에는 현 정치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높았다. 권충환(57.영양군 입암면)씨는 "수해다 뭐다 해서 전국이 시름으로 명절분위기를 잃어버렸는데 정치인들은 대선 표밭갈이를 위해 벌써부터 한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대선에 앞서 수해로 고통받는 민심부터 챙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숫자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한나라당과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 등 현 정치세력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 심각한 정치불신을 낳기도 했다.
임재수(42.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고향에 와보니 수재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특별재해지역이 됐다 해도 특별히 나아질 것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대선전으로 국민들을 내몰고 있다"고 했다.
이래저래 올 추석민심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옛말이무색하게만 느껴졌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