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나름대로 읽은 고향의 대선인심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 있어 뭔가 잘못 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권교체가 추석민심'이었다고 하나 하면 민주당은 '그래도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게 추석민심이었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물론 게이트로 시작되는 현정권의 부패와 병풍으로 표현되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가 전국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은 오는 12월의 대선에만 관심이 있고 수해와 경제를 비롯한 민생문제는 너무 등한히 하고 있다는 국민의 불만을 굳이 외면하고 있다는데 있음을 양당은 알아야 한다. 현장방문만으로 메울 수 없는 일이다.
"현 정부의 부패·무능·정치공작에 대한 추석민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는 한나라당의 대변인 논평도, "국민이 걱정을 하면서도 그래도 한나라당은 안 된다는 결의를 확인해 주었다"는 민주당의 대변인 논평도, "정풍(鄭風)의 가능성을 보았다"는 정몽준 의원측의 논평도 각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겠지만 국민에게는 그렇게 절실한 과제는 아니다.
당장 수해를 어떻게 할 것이며, 실업자 문제는 어떻게 하고, 경제는 어떻게 하면 나아질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부패나 병풍도 정치권이 너무 떠드니 이제 신물이 난다는 소리가 많음도 사실이다. 검찰이 알아서 조사할 일을 정치권이 들고나와 대리전을 펴고 있으니 국민이 보기에는 지겨울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의 부패나 국정실패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야권 역시 문제가 아닌가. 정치권 모두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저급한 정쟁(政爭)은 그만하고 정책논쟁의 정치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기성 정치에 실망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에 기대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측 역시 대안을 내놓고 국민적 검증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북한이 신의주를 홍콩식으로 개방하는 등 대외여건은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치권은 물론 일반 사회계층에까지 집단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를 조정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바로 정치가 할 일 아닌가.
현 상황은 바로 혼돈의 상태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것이 추석민심이다. 정치권은 추석민심을 바로 읽고 정도(正道)의 정치에 나섬으로써 새로운 정치문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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