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2011 뉴비전'-(18)지역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 전문가 좌담

21세기 세계화 국제화 시대를 맞아 대구 경북지역의 경쟁력 강화와 상호협력을 토대로한 발전 방안을 찾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고도의 지식기반사회, 첨단과학기술이 요구되는 지금 대구 경북은 어디에 와있으며,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매일신문과 (사)산학경영기술연구원이 공동기획한 '대구.경북 2011 뉴 비전' 연재를 마치면서 지역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최만기(산학경영연구원장, 계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용호(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이영세(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 이성근(영남대 정행학부 교수), 이춘근(대구 경북개발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최만기: 먼저 이 시리즈의 취지와 배경에 대해 말씀해 달라.

▲최용호: 세상은 급변하는데 대구 경북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배경에 있다. 한마디로 대구와 경북 모두가 숱한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통합적 측면의 청사진은 없다. 광역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 과제다. 하드웨어적 관점에서 소프트웨어적 관점, 거시적 관점보다는 미시적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이 추진해야 할 3대 비전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지방시대의 대구 경북), 지방 경쟁력강화(국가 속의 대구 경북), 지방의 세계화(세계 속의 대구 경북)를 꼽을 수 있고, 그 3대 기조로는 균형 경쟁 협력을 들 수 있다.

▲최만기: 현재 대구 경북지역의 문제점을 분야별로 짚어보면?

▲이성근: 산업분야의 경우 지역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중소기업 중심이다. 또한 대구의 주종산업은 경쟁력이 약한 섬유분야이고, 경북의 경우 구미 포항은 다소 전문화된 생산지역이나 그외 지역은 낙후돼 있다. 즉 대구 구미 포항 정도를 제외하곤 구조적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 3개 도시들의 주종산업도 21세기 기술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이영세: 지난 80년대 이후 20여년만에 다시 대구로 돌아오니 수도권과 지역의 경제력 차이가 더 커진 것 같다. 지역의 유수 기업들이 다 사라지고 없어참담한 심정이다. IMF로 인한 타격도 컸지만 지역간 균형개발을 위한 중앙정부의 노력이 7공화국 이후 없어진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 또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간 격차로 우수학생들이 서울로 빠져 지방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업들도 지역을 떠나버려 공동화(空洞化)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춘근: 대구지역 제조업은 섬유와 기계금속, 경북은 전자와 철강,섬유, 농업 등이 주종산업이다. 대구의 GRDP(지역내 총생산)는 전국 16개 도시 중 13위이고, 경북은 4~5위 수준이나 구미 포항에 집중돼 있다. 지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수도권의 경제력 집중이며 둘째, 지역산업이 21세기형 첨단산업, 성장주도산업의 비중이 약하고 셋째, 실물경제 지원형서비스산업 즉 e-비즈니스나 비즈니스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약하다. 넷째, 대구에는 국가산업단지가 없으며, 대구 경북지역 모두 하청생산공장이 많아 고유 브랜드에 의한 수출이나 생산이 적다.

▲최만기: 결국 첨단산업 낙후와 지역격차 심화 등 두가지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데 그 원인은?

▲최용호: 첫째는 중앙집권에 따른 문제이고 둘째는 지역의 적응력 부족 문제이다. 대구는 대도시 기능이 취약하고 생산적 서비스산업이 부족하다. 포항과 구미는 생산기능은 있으나 본사기능이 없다. 대구 경북의 가장 큰 자원은 인적자원인데 요즘은 인재를 기르기만 할뿐 지역발전에 접목시키지를 못해 인재유출지역이 돼버렸다. 요즘은 나아지고 있지만 종래 광역단체간 협력시스템 부족도 동시발전을 막는 원인이 됐다. 무엇보다도 대구 경북이 살아남기 위한 종합적 적응력 부족이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한다.

▲최만기: 지역의 적응력 부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이성근: 산업구조 자체의 문제, 특히 혁신성 부족과 지역경제 진흥책의 실효성 문제라고 본다. 외국의 경우 도시내 산업단지를 재생하고 활성화시키지만우리는 도시내 산업단지를 바깥으로 내보내고 아파트 등을 짓기에 바쁘다. 위천산업단지 문제도 표류하고 있다. 지역경제 진흥시책이 10여년간 표류해온 셈이다. 경북지역도 생산중심 산업구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혁신성이 부족하다. 농촌지역에선 농공단지시책이 유명무실해졌다. 산업다변화가 필요하다. 또 대표적인 지역기업이없는 것도 문제다.

▲이영세: 중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은 외국기업들의 활발한 중국 진출 덕분이기도 하다. 우리도 스스로 주력산업을 키우는 한편 외부기업들이 지역에 들어오도록매력적인 지역으로 가꿀 필요가 있다. 대구는 도로나 통신시설,식목 등 외형상 인프라는 비교적 괜찮다. 그러나 외부기업들에 대한 흡인력이 부족하다. 왜 왔느냐는 식의 배타적 태도는 기업들의 지역 유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외부기업들의 지역 진출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춘근: 충청도까지 수도권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수도권 집중화가 갈수록 심해진다. 중앙 행정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이양과 함께 지방정부가 각종 산업시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도록 해야한다. 대학교육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입시를 대학자율에 맡겨 지방대학을 획기적으로 육성시켜야 한다. 서울에 정보가 몰리니 벤처기업도 서울로만 몰린다. 위기의 지방대학과 산업의 수도권 집중, 이 악순환을 타파해야만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다.

▲최만기: 우리 스스로 반성할 것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미국 위스컨신 주의 주도 매디슨은 과거 농업지역에서 지금은 첨단도시로 탈바꿈했다.각계각층 리더들이 힘을 합쳐 정기적으로 지역 이슈를 논의하고 기금을 모아 투자하는 등 15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한다. 우리지역의 경우 영향력있는 리더들 간에 협력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최용호: 대구 경북을 함께 묶는 지역혁신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지역문제에 대한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추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10년, 20년후를 내다보는 대구 경북 공동발전 프로젝트를 만들고 공동목표와 정책수단간에 연계를 강화해야만 한다. 지역민들도 보수성 폐쇄성을 털어내고 진취적인 자세, 열린 마음으로 바꾸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사회적 신뢰기반의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도층의 솔선수범, 문제의식이 아쉽다.

▲최만기: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의식이 부족하다. 지역혁신 캠페인 같은 것을 벌여서 10~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변화운동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성근: 21세기는 교류 협력의 시대다. 지역은 지역이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분권이 확실히 전제되면 상호 협력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지금은 어중간한 분권이므로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서로 일을 미룰 때가 많다. 실질적인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지자체 및 단체간의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영세: 과거 대구의 이미지는 섬유 사과 약령시 등이었으나 21세기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다. 새로운 토털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의 경우양적으로는 많으나 질적으로는 취약점이 많다.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이 문제점도 없진 않지만 지방대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보격차로 지역의 소득수준이 낮다보니 전자상거래 등 수익모델 창출이 어렵고 정보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을 유치해야 하고 지역 혁신운동을 펼쳐야 하며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이 통과되도록 힘을 모아야 하고 평생교육 등을 통해 자기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춘근: 보수에서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으로 바꿔나가는 등 지역의 정신문화 재창조가 필요하다. 또한 내고향 만들기 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이 지역 출신은 물론이지만 타지역 출신이라도 여기서 10년,15년 이상씩 산 사람이라면 이곳을 고향으로 여겨 애정어린 비판이나 제안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용호: 새로운 무브먼트 조성을 제안하고 싶다. 언론사 등 여론주도층이 주요 이슈에 대한 중지를 모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리더들이 솔선수범하여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근: 지방자치시대에 지역에서도 많은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으나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는 내용은 적다. 근본적으로 대구 경북을 새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융합형 사회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역혁신추진위 같은 데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만기: 지역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이라면?

▲이춘근: 대구는 첨단 디지털전자산업과 관련 연구소를 적극 유치해 반도체나 디지털 전자 및 포스트 PC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한 디지털밸리 조성은 구미지역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21세기형 첨단산업인 IT(정보기술산업),BT(바이오기술),NT(나노기술)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경북은 구미의 전자산업과 포항의 철강산업 및 전략산업으로 선정된 생물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농수산물 가공산업 육성이 바람직하다. 관광산업은 대구의 쇼핑관광과 경주의 신라문화, 고령 대가야문화, 안동 유교문화권이 상호연계되는 관광루트 개발이 필요하다. 경북 북부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해 영상 문화산업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영세: 외국 도시들 중엔 장기 계획에 따라 과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경우가 많다. 대구 경북지역도 보수적 배타적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이미지로 바꿀 필요가 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문화적 우위를 갖느냐 못 갖느냐가 도시발전의 관건이 된다. 대구 경북은 좋은 문화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이를 잘 활용할 경우 문화 컨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성근: 긍정적 측면에서 대구는 녹색도시 이미지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환경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경북은 문화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경주엑스포 등 문화자원의 가시화 노력이 평가받을만하다. 정보화 측면에서 대구 경북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경쟁력 차원에서 앞으로 지역 정보화에 중점을 둬야할 것이다.

▲최만기: 대구 경북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지역의 리더들이 역량을 합쳐 지역 혁신을 위한 장기적 운동을 펼쳐 대구 경북이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리=전경옥기자 siriu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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