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살찐 사람이 부자의 상징이었으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랫배가 불룩하게 나와 허리를 중심으로 마름모꼴인중.장년 남자의 체형을 일컬어 좥사장 배(腹)'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도였다. 실제 그런 사람들 중에는 사장이 많아 듣는 입장에서도 굳이 싫어하지 않았다.
절대 다수가 먹고 사느라 바빴던 지난날, 길게 잡아 1980년대 중반까지만도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 소득 증가와 함께 식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자동화 등의 여파로 신체 운동량이 줄어든 반면 스트레스가 크게 늘어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요즘 좥사장 배'라는 말은 비아냥 내지 험담의 대상이 됐다. 성인병에 걸릴 위험성은 허리 둘레에 비례하며,과식이나 운동 부족이 단순 비만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는 점차 늘어나 남자 26%,여자 26.5%에 이르며, 5년 이내에 평균 40%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체격 향상은 경제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하는 셈이다.
▲성인뿐 아니라 고교생 가운데 비만 학생이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시력은 떨어지는 추세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고교 1년생 12만8천252명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한 결과 1.5%가 좥고도비만'으로 1년 사이에 0.3% 포인트가 높아졌으며,시력은 교정 대상이 19.7%로 지난해에 비해 0.2% 포인트가 높아졌다. 몸무게는 남학생이 66.3㎏으로 0.2㎏이, 여학생은 55.2㎏으로 0.5㎏이 늘어나고, 키는 남학생 173.1cm로 0.2cm가, 여학생은 160.9cm로 0.6cm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몸집과 키는 커지지만 눈은 침침해지는 게 요즘 청소년들의 좥건강 시계'인 셈이나, 군부대에까지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등장했다니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육군 논산훈련소는 6주간의 훈련 기간 중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병행,비만 훈련병의 살이 무려 10~15㎏이나 빠지는 성과를 얻어 이를 본격 도입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아침 식사 양을 점차 줄이고,단백질.섬유질 위주로 식생활을 하며,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시키는 게 그 방법이라지 않은가.
▲이젠 좥비만과의 전쟁' 좥살 빼기 신드롬' 좥다이어트 열풍'과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들릴 정도다. 병영생활마저 비만이 문제가 된다면 결코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체격이 커지는 반면 체력과 체질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영양 상태는 크게 향상됐지만 생활 환경의 변화로 운동 부족과 늘어나는 스트레스가 체력과 체질 약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구나 젊을 때 다져진 체력이 평생 건강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좥덩치만 큰 약골'들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