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청 평의회 의장 아린제 추기경

교황청 종교간대화 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지난 21일 '종교간 대화평의회 아시아 자문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경기도 수원 아론의 집에서 열리는 회의 참석을 하루 앞둔 23일 아린제 추기경은 성균관과 조계사 방문, 7대 종교 수장들과 만난 데 이어 서울 군자동 천주교중앙협의회(매리놀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기자회견 모두에서 "세속주의, 향락주의, 이기주의, 소비주의 등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종교, 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허물고 있다"며 "이러한 도전에 맞서 가톨릭 교회는 다른 종교와 협력할 뿐 아니라 복음에 따라 사는 신자들을 교육하는 데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아린제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9.11 테러 사태 이후 이슬람과 기독교간 갈등이 부각됐는데 바티칸의 입장은.

▲9.11은 단순히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이상의 것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권력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등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 해결되지않은 과거사와 그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폭력을 야기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한 것도 요인이다. 바티칸의 입장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서울에 두번째 왔는데 16년 전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나.

▲1986년에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 참석차 한국에 왔다. 이번에 들어와 보니 인천공항이 너무 멋지고 사람들이 친절했다. 오늘 성균관을 방문해 유교에 대해 들었고, 조계사를 방문해서 불교 사원을 둘러봤다. 아직 이틀밖에 안 됐지만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싶다.

-최근 교황청 세페 추기경도 방한했는데 한국에 대한 바티칸의 관심이 커진 것인가.

▲이번 회의는 아시아에서 5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모임이다. 아시아 여러 나라를 검토하다가 한국을 택했다. 세페 추기경의 방한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88 올림픽이 열렸고 89년에는 세계성체대회가 열려 교황이 방문했다. 또 최근에는월드컵이 열렸다.

이런 큰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니 세계 모든 사람이 한국을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종교간의 관계가 좋은 것이 내가 한국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 종교간 관계가 좋은 것에 만족한다

-한국의 종교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은 매우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유산을 가지고 있다. 불교는 한국에서 가장 큰 종교 전통이다. 유교는 주요한 사회 윤리적 전통이다. 이 둘은 한국 민족과 떼놓을 수 없다. 이러한 뿌리 깊은 종교전통에 대해 천주교는 한국에서 새롭고 역동적인 종교로 발전해 왔다. 이들 종교는 현대화와 세계화에 의해 야기된 도전에 공히 직면해 있다.

아린제 추기경은 현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건강 악화 이후 차기 교황 1순위로 거론돼온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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