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여.야 의원들이 꺼내놓은 '추석 민심'이란 게 이웃집 송편마냥 제각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 민심은 '병풍(兵風)이 신물난다더라 '거나 '서자출신 정 후보가 대통령 되면 아버지 왕회장보다 북한에 더 퍼줄거라 '는 식이고 민주당 의원들의 민심은 '한나라당은 안된다더라'다.
민심을 듣고 온 지역이 제각기 다르니까 민심의 모습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지만 '추석 민심'이란 게 보름달 때나 초승달 때나 그게 그거지 유별나게 달라진 것 도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은 게 바로 요즘 민심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정치판의 투쟁 스타일이나 쟁점이 지겹고 자질구레해서 뒤집기 한판 같은 큰 구경거리가 안보이니까 대선이 닥쳐와도 민심은 시큰둥해져 있다는 얘기다.
민심이란 정치꾼 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시시콜콜 진지하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쾌하다 이정연이란 병역 미필 청년이 대통령 되려는 것도 아닌데 검찰수사 결과 나오는 대로 법따라 가면 되지 웬 병풍(兵風)이 그리도 오래오래 부느냐는 한나라식 민심 도 백성 마음이요, 그래도 자꾸 불어라는 쪽 민심도 똑같은 백성 마음이다.
태생이 허약해서 45㎏ 체중에 바늘이 왔다갔다 하면 '부모 맘에 이왕 몇끼쯤 더 굶겨서 군대 안보내려 할 수도 있지' 하는 민심은 병풍이 드러나도 찍어줄 거고 그게 아니라는 민심은 안드러나도 안찍어줄 수 있다. 그런 게 선거민심이라면 병 풍은 이제 그만큼 해뒀으면 거의 민심속에서는 대충 결판이 나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
또 다른 쟁점인 정몽준씨의 생모(生母)얘기도 마찬가지다. 재벌의 아들 그것도 2 대째 대통령 출마를 작심한 월드컵 주역이 서자 출신이라는 소문 정도면 추석 명 절 고스톱자리 화제거리로 꽤나 오르내릴 만했을 것이다.
여.야 후보권에서도 아 직 드러내놓고 공격은 시작 않고 있지만 은근히 소문을 즐기며 과녁만 겨누고 있 는 것은 인정이 많아서라기보다 자칫 속공이 인간적인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표나 모아주는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는 계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란다.
그러나 언젠가 선거전이 백병전으로 불붙게 되면 마냥 과녁만 들여다 볼 것 없이 방아쇠를 당길 것이고 그렇게되면 병풍에다 모풍(母風)까지 겹쳐 온통 대선전(戰) 이 닭싸움 수준의 선거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명색 한 국가의 통치자를 가려뽑는 대선이다. 그만큼 여느 선거보다 후보의 자질이나 국정수행능력, 도덕성, 건강, 국제적인 감각과 신(新)사고, 감성 등을 철저히 정확하게 검증해내야 된다.
그런데도 후보권의 싸움은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약점공격으로 흐르고 있다. 아버 지와 생모간의 인연이 로맨스였든 스치는 바람결의 인연이었든 그 결과 출생의 비 밀이 사실이라 해도 아들의 귀책사유로 공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 않을까. 축 구협회장이 서자출신이면 월드컵 4강도 퇴색된다고 한다면 붉은악마들이 웃을 일 이다. 왕조시대에도 폐지됐던 서출(庶出)문제가 대선의 쟁점이 되기에는 너무 자 질구레한 테마다.
노 후보의 장인이 특정시대에 어떤 사상을 가졌든 그게 사위에게 어떤 공적인 귀책사유가 되는지에 대한 시비 또한 대선 쟁점 치고는 부질없고 애매한 다툼이다. 이 후보의 아버지가 일제때 검사였든 지게꾼이었든 친일시비를 거는 것도 매한가 지다.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민심은 정치권과 후보들이 어떤 쟁점을 두고 싸워 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기대하고 있는데 당사자도 아닌 주변 인물의 약점 캐기 에만 매달리는 듯한 선거게임이 되다보니 지겹고 시큰둥할밖에 없다.
대통령 선거 매너가 교과서적인 미국에서도 '선거에서는 항상 나쁜것만 강조되고 모든 것이 과장되며 그 과정에서 해명해야 할 것들은 도리어 왜곡해 간다'고 했 던 뉴욕타임스의 논평처럼, 우리의 대선도 너무 상대의 나쁜 것만 강조하고 왜곡 시키는 닭싸움이 돼 있다.
각당의 선대위는 이제 좀 더 '큰싸움'을 도모해보라. 유권자 역시 이번 대선에서 또 한번 '부산 앞바다에 YS 찍은 손가락이 둥둥 떴다 '는 풍자가 나왔던, 후회할 선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또한 'DJ 찍은 손가락이 미워서 겨울에도 오른손은 주머니에 안 넣어주고 찬 데 내놓고 다닌다'는 '개그'를 반복해서도 안된다.
민주당을 찍든 한나라당을 찍든 정후보당을 찍든 민심이 작은 시비를 즐기기보다 큰 다툼을 보고 표 찍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앞으로 남은 대선기간동안 끊임없는 인신공격, 모략 폭로의 진흙탕 싸움만 이어질 것이고 그런 선거판에서는 제대로 된 지도자를 가려낼 수도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5년간 민심만 괴롭힘 당한다. 어차피 정치권이 변하기 글렀다면 결국 좋은 선거는 민심하기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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