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인들에게 나쁘게 비쳐지는 세가지를 들면 교통사고, 술소비량, 성형수술이 아닌가 싶다. 교통사고나 술소비량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임을 여러차례 증명(?)해 보였고, 성형수술은 최근에 집중 조명을 받아 다소 당황스럽지만 이 현상은 갈수록 붐을 타고 있어 이래저래 부모들의 부담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믿거나 말거나, 가야인도 성형수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될 만큼 우리의 외모중시 풍조는 오랜 역사를 가진 모양이다. 이 근거로 '아기가 태어나면 돌로 머리를 눌러 납작하게 만들었다'며 가야시대의 관습을 묘사한 삼국지위서동이전(三國志魏書東夷傳)을 든다.
▲지난달 5일자 미국의 시사(時事)주간지 '타임'의 아시아판은 우리나라의 성형수술 붐을 도마 위에 올렸다. '얼굴바꾸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성인(成人) 10명중 1명이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지금은 10대들까지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고 구체적인 실상을 전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의 성형외과는 겨울방학이 가장 바쁘다'고 분석했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하는 고등학생들이 눈이나 코를 성형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에 대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TV화면에서도 탤런트가 종전의 얼굴이 다른 것을 예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기사가 그렇게 놀랄 일 아닌 그냥 화제쯤으로 치부하는 게 우리사회다.
▲이건 예사롭지 않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외모를 가지기 위해 습관적으로 수술을 하는 '성형 중독환자 '가 생겨나고 후유증도 심각하다면 정상을 한참 넘어서는 일이다. 열달에 쌍꺼풀수술을 7차례나 한 경우도 있다니 황당하다. 단순수치로 보면 한쪽 눈에 14꺼풀이라니 할 말도 잃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성형외과 전문의 600명이 한해에 10만~20만건의 수술을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30대 여인이 코.주름 제거에 이어 유방확대 수술후에 사망한 일도 생겨날 정도로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여자나 남자나 아름답게, 좋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세태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취업면접시험까지 외모를 중시하는 등 성형을 부추기는 사회분위기다. 특히 남자들이 내적(內的)인 미(美)의 가치를 팽개치고 큰 눈, 오뚝한 코, 갸름한 얼굴 등에 매달리는 판에 상대인 여성이 '외모 지상주의'에 물들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일 수도 있다.
파스칼의 클레오파트라 코높이와 관련한 말도 미모에 정신을 못차리는 남성들에게 보내는 경고가 아닌가 싶다. 어떤 이유든 얼굴 구석구석을 고치다 보면 진짜 얼굴은 간 곳 없고 가면(假面)을 쓴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기야 정직하지 않으면서 그런 것처럼 분장하는 '탈'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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