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서교사 0.0005%

'도서관은 인류 문화의 유전자'이며, '독서는 국력'이라는 말들이 있다. 일본은 도쿄대 도서관을, 프랑스는 국립 도서관을 연구 자료 공급처로 키웠다.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립 도서관을 자기 이름을 걸고 다시 만들어 자손 만대에 남길 업적으로 삼았다.

19세기 전반까지는 우리가 프랑스보다 앞서 나가던 책의 나라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선조들은 책 읽기를 그만큼 중시했었다. 유계는 "한 권을 읽으면 한 권의 보탬이 있고, 하루를 보면 하루의 유익이 있다"고 했다.

▲지금의 지식기반사회는 지식·문화·사람을 모두 자본으로 여긴다. 요즘 세계경제를 지식경제로 재편하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도서관의 중요성을 목청 높여 외치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도서관 사정은 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비하면 인구당 도서관 수는 40분의 1 내지 3분의 1 수준이다. 교육이 황폐화하지 않았다면 되레 이상할 판이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김선굉 장학사의 논문 '시·도 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정책 과제'에 따르면 지금 전국 1만600여개 초·중·고교에 도서관이 있는 곳은 8천500여곳이나 사서교사는 153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교원 수의 0.0005%, 전체 학교 수의 0.014%로 있는 듯 없는 듯 무늬만 조금 들어 있는 정도다. 게다가 이들 사서교사마저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 지역에 편중되고, 고교에 몰려 있어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지난해까지 고작 2명이었다고 한다.

▲일본은 전체 학교 4만1천300여곳에 배치된 사서교사가 4만3천여명이며, 사서보조원을 보태면 무려 9만여명으로 학교당 평균 2.2명이나 된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22명의 사서교사를 신규임용, 시·군별로 1명씩 배치해 활성화의 물꼬를 트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는 '가문 논에 물 붓기'다. 교육부가 지난달 마련한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에 이의 확보 문제가 불투명하다며, 전국에 최소한 600여명은 배치돼야 한다는 김 장학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강해 보인다.

▲세계적인 재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어린 시절 집 근처의 도서관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됐으며, 도서관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 환경이 그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낳았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살찌우는 데는 도서관만한 게 없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학교는 학생들이 마음껏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적극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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