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사찰음식전 내달 대구 2곳서

적당한 시장기를 추스르며 오르는 가을 산행길. 인연이 있어 고즈넉한 산중 절간에서 마주한 절밥 한 상. 그 담백하고 정갈함이란…. 이처럼 산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사찰음식이 대구시 동구에서 열리는 팔공고려문화제전에 때맞춰 나들이를 나왔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가 2002년 팔공고려문화제전을 맞아 '한국전통사찰음식'을 10월 5일부터 이틀간 대구 금호강 생태공원(인터불고호텔 건너편)에서 선보인다. 특히 올 가을 산중 음식전은 팔공산을 비롯한 대구.경주.포항.부산 일대의 고찰에서 면면히 이어져 온 전통사찰음식을 집중 소개하는 것이어서 지역의 불자나 일반 시민들의 적잖은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사찰음식 종류는 연근물김치(합천 해인사).산초장떡과 산초장아찌국(대구 동화사).씀바귀김치(부산 범어사).표고밥과메밀전병(밀양 통도사) 등 모두 30~40점. 다듬고 무치고 끓이는 과정 하나하나에 수행의 깊이가 담긴 산중별미들이다.전시기간인 5.6일 오후 2시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산사의 선식'.'산사의 보양식'이란 주제의 전통사찰음식 공개강좌도 두차례에 걸쳐 열리며, 참가자들에게 무료시식 기회도 제공한다.

달성군 하빈면 사무소 뒤편에 위치한 불은사에서도 10월 12일 심진 스님 등을 초청한 가을 산사음악회와 더불어 버섯요리 등 무공 스님의절집 음식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한다.사찰음식의 특징은 그 조리법이 절마다 독특하며, 산야초를 재료로 쓰지만 육류는 물론 오신채(파.마늘.달래.부추 등)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 또한 수행의 한 방법. 무엇을 먹을까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인 적문(寂門) 스님은 "천연조미료를 사용해 그 맛이 시원 담백하고 깔끔한 사찰음식은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건강식이기도 하다"며 "환경 친화적인 산중 특유의 음식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산사의 풍경이 스민 사찰음식을 가만히 접해보면 심신까지 맑아져 온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섭생의 원칙은 '때 아닌 때에 먹지 않고, 필요한 때에 적절히 먹어라'는 것이다. 제철에 난 음식을 골고루 먹되 지나치게 먹지 않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생활문화 하나만 느끼고 와도 이 가을이 넉넉할 듯.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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