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3 올 모의수능 성적 유례없이 저조

지난 99학년도 대학입시 이후 재수생과 고3 재학생의 성적 차이가 갈수록 커지면서 일부 상위권대 인기학과의 경우 정시모집에서 재수생의 합격자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재수가 필수화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성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입시제도 개선과 공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추이=재수생들의 수능 성적이 재학생보다 나아진 것은 99학년도부터. 98학년도의 경우 재학생의 평균점수가 재수생보다 9.2점 높았으나 99학년도엔 재수생이 2.9점 앞섰다. 이후 차이가 갈수록 커져 2000학년도엔 11.2점, 2001학년도엔 18.1점 재수생이높았으며 2002학년도의 경우 인문계 29점, 자연계 41.4점, 예체능계 28.3점 등 사상 최대의 격차를 보였다.지난 3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에서는 재수생 평균이 재학생보다 인문계 58.7점, 자연계 72.1점, 예체능계 54.6점 등으로 더욱 벌어져2003학년도 입시에서 재수생들의 초강세를 짐작케 했다.

▲원인=입시전문가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고득점 재수생 증가가 첫번째 원인. 이공계 기피 현상에 교차지원까지 허용되면서 의·약·한의학 계열에 대한 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몇년 사이 가파르게 높아져 이들 학과 진학에 실패한 수험생들은 재수를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

여기에 재학생들의 학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대학 신입생들의 재수열까지 부추긴 것이 또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특히 '이해찬 1세대'로 불리며 사상 최저 학력의 고3생이라고 지적되던 작년보다 올해 고3생들의 학력이 더욱 떨어진 데는 학교 교육의 입시 경쟁력 약화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고교 교감은 "재수생들은 매달 모의고사를 치르고 단과반 수강에 밤12시까지 자습을 하는 반면 재학생들은 모든 부분에서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성적 중심의 입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재수생 강세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책=2002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지역 한 대학 의대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재수생으로 나타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교에서는작년과 달리 수시모집 비중을 높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수시모집의 경우 수능성적이 자격기준으로만 적용되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수시모집에서 뽑는 인원이 대학 정원의 29%에 불과한데다 실업계 전형, 특별전형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학생들에겐 합격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고교 교사들은 "대학들이 수시모집 비중을 더 높이고 특기와 적성을 위주로 하는 다양한 전형을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들은 신입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를 문제삼으며 심층면접, 논술 등을 통해 오히려 고난이도의 문제 풀이 능력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지금의 수험생들로선 줄세우기식 입시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제도 개선이 중요하지만 그 전에 입시를 치러야 하는 고교생들에겐 학력 향상이 시급한 문제"라며 "모의고사나 보충수업 금지 조치는 오히려 사교육 의존을높일 뿐이므로 근본적으로 공교육의 입시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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