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해기류 급물살 탈듯-美 특사 방북 의미

미국 국무부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10월 3일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20여명 안팎의 미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다. 미국 특사를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회의(NSC) 합동대표단의 방북일정은 10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

지난해 1월 우익보수 강경기조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 정부대표단이 평양에서 북한 정권과 공식 대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행정부와 북한 김정일 정권이 정부 차원의 공식 회담을 하는데 1년 9개월이 걸린 셈이다.

미국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지난 7월말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전격적으로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 양측간 짤막한 비공식접촉에 머물렀다.

워싱턴-평양간 공식 대좌가 이뤄지기까지 △지난해 3월 한미정상회담 △지난해 6월 미-북대화 재개입장을 담은 부시 대통령 성명발표 △뉴욕을 창구로 한 미-북간 실무접촉을 시발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풀릴 듯 풀리지 않던 미-북대화의 물꼬는 지난해 9·11 테러공격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이 이를 시점으로 대북 강경노선으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미-북대화 기류는 상당기간 물 건너 간 듯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후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해 급기야 한반도에 냉기류가 엄습했다. 이런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올해초 서울 방문 △부시 대통령의 잇단 대북강경발언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온파간 이견 △미국 특사 파견 결정으로 대북 대화정책 전환 △서해교전과 이에 따른 특사 파견 공식 철회 △남북대화 재개 △북-일정상회담 △부시 대통령의 특사 파견 재결정 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왔다.

미-북간 그와 같은 외교군사적 대립과 힘겨루기가 26일 백악관 당국이 대변인성명을 통해 켈리 차관보의 특사 파견을 발표함으로써 일단 제1막을 내렸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켈리 차관보와 관계부처 합동대표단을 오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방문토록 조치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로써 미-북대화 재개를 놓고 부시 행정부와 김정일 정권간 전개돼온 대립기류는 대화기조로 전환된 셈이다. 다시 말해 대화를 통한 미-북간 현안 해결이라는 미-북 관계의 제2막이 오르게 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남북대화를 시작으로 북-일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한반도 대화기류는 미-북대화 재개 및 미국 특사 방북을 계기로 급류를 탈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와 김정일 정권간 관계모색을 위한 제2막은 핵현안 및 재래식 군사력 감축 등 미-북 안보핵심현안에 관한 협상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통한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평양 대좌에서 "핵문제와 제네바 핵협정 준수사항이행, 미사일 개발 및 수출문제, 한반도 재래식 군사력 균형문제 등 핵심 현안을 포괄적 형식으로 다루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힌 만큼 이 핵심의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을 통해 가시적이고 구체적 결과를 도출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부시 행정부의 그 같은 대북접근에 대해 북한의 전권을 쥐고 있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어떻게 나올지 여부가 새로운 미-북관계 모색의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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