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혹한 가족들

26일 대구시 용산동 와룡산 4부 능선에서 개구리 소년들이 끝내 유골로 발견되자 유족들의 딱한 사연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찬인(당시 11세)군의 아버지 박건서(51)씨는 추석전 실종된 아들을 잊지 못해 만취 상태에서 경찰을 폭행, 대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찬인이 생각에 사무친 박씨가 경찰이 무능력해 아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파출소에 가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일어난 것.

섬유업을 하는 박씨는 전국 곳곳으로 찬인이를 찾아다니느라 생업에 소홀, 빚이 4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유골 발견 소식을 듣고 홀로 달려온 어머니 김임자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이 마음을 누가 알겠느냐"며 "가슴이 너무 떨려 유골을 확인하지 못하겠다"고 오열했다.

박씨에게 원단 하청을 맡겼던 윤달오(47.섬유업)씨는 27일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아들 생각에 술을마시고 순간의 실수를 저질렀는데 유골이라도 아버지가 수습할 수 있도록 박씨에 대한 선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영규(당시 11세)군 가족의 경우 영규를 찾아 온 식구가 전국을 찾아 헤메는 바람에 가계가 급격히 기울어 생활 터전마저 잃었다.

아버지 김현도(56)씨가 영규군을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 5~6년간 별다른 수입없이 지내온 김씨 가족은 최근 달성군 옥포면 전세집으로 이사했다.

지금은 조그만 가내수공업을 하며 주변 친지들의 도움으로 하루 하루를 버텨가는 실정이다.김군 가족은 "가장 힘든 건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영규에 대한 그리움"이라며 "가족들 모두 언젠간 살아있는 영규를 볼수 있을거란 한가닥 희망으로 살았는데..."라고 눈물지었다.

이날도 철원이를 잊지 못해 소주잔을 기울였던 우종우(53)씨는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참담한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회한의 눈물을 쏟아냈다.

우씨 가족은 "철원이가 돌아올 것 같아 늘 대문을 활짝 열어놨는데..."라며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호연(당시 12세)군의 어머니 김순녀(46)씨는 치아 보철을 한 유골을 확인하고도 호연이 유골이 아니다고 울부짖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가족 친지들에 따르면 김씨는 단 하루도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린 적이 없고 지금도 전화벨만 울리면 '호연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떨리고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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