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개구리소년 11년만에 주검으로-애끓는 부모들 표정

"호연아, 철원아, 영규야, 찬인아, 종식아".11년 6개월 애끓는 한(恨), 끝내 한줌의 흙으로 돌아왔다.26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개구리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 사건현장.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가족들은 오열도 잊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한시도 잊지않은 채 살아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기에 가족들의 애끓는 슬픔은 한결 더했다.

그동안 생계까지 포기하고 전국을 돌며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나섰던 가족들에게 뒤늦은 어린이들의 참변 소식은 믿기지가 않았다.

오후 5시쯤 경찰이 발굴 직후 흰천으로 덮어놓았던 옷, 운동화 등을 공개하는 순간 가족들의 얼굴은 일순 얼어붙었다. 내 자식들이 아니길 한결같이 기대했다.

"우리 아들이 아니야. 우리 아들이 여기에 있을 수 없어. 이 땅 어디엔가에 살아있을 거야".

가족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경찰이 들어보이는 운동화와 옷 등을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미처 현장으로 달려오지 못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아들이 입고 갔던 옷의 모양을 확인하는 한 어머니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호연이 어머니는 실종 당시 아들에게 해 줬던 치아 보철 흔적이 이날 발견된 유골 중에서 확인됐다는 경찰관의 말에 운동화는 비슷한 것 같은데 아이의 옷은 아니다며 한가닥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으려는 모습이었다.

다른 어머니들은 감정이 북받쳐오른 나머지 땅에 주저앉아 남편이 오면 정확하게 확인하겠다며 애써 눈길을 돌렸다.

뒤늦게 달려온 한 아버지는 아들은 물론 이웃집 아이들의 옷차림이 분명한 것 같다며 어딘가에 분명히 살아있을 것으로 믿었던 자식이 한줌의 흙으로 변한 것을 보고 11년 세월을 원망하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의 슬픔은 끝내 분노로 바뀌었다.경찰이 유골의 상태 등으로 미뤄 저체온증 등 안전사고로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취재진들에게 발표하는 것을 들은 가족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현장을 떠나 버렸다.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땅거미가 짙게 내려앉은 사건현장은 추위에 떨며 어둠속에서 부모를 애타게 부르는 '개구리소년들'의 환청으로 메아리쳤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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