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하(山河)는 멧돼지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멧돼지가 민가에 나타나 밭뙈기를 휘젓고 다니는 풍경은 이제 도시인에게도 별로 낯설지 않다. 농민들은 멧돼지가 한 번 나타나면 1주일 정도 머물며 밭을 온통 짓밟아 놓는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요즘은 아예 새끼가 딸린 멧돼지들이 옥수수밭과 감자밭을 습격하고, 낮은 가지에 열린 사과까지 따먹고 다니지만 신통한 퇴치 방안은 없는 모양이다. 문제는 멧돼지들의 행동이 갈수록 방자해지고 인간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멧돼지가 이처럼 기세등등한 데는 인간의 책임도 크다. 산에 '큰 짐승'이 없어지는 바람에 멧돼지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 돼지의 탐욕과 오만함을 훈계할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생태계 파괴가 불러온 비극이다. 뒤늦게 환경단체에서 자연계 복원에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지리산에 생후 6개월 된 반달가슴곰 네 마리를 방사했지만 그 중 한마리는 다시 사람 곁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고, 한 마리는 끝내 죽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그래서 산에 난 발자국을 보고 호랑이다, 곰이다 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우리 모두 이 산의 진정한 주인공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사항일 뿐 대부분은 기대에 어긋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지난 5월27일 강원도 인제군 민통선 인근 지역에서 표범으로 보이는 포유동물의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최근 밝힌 것은 엄청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민간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이 표범의 배설물.발자국을 발견했다는 주장은 있었으나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발견된 족적은 폭 8㎝에 길이 9㎝, 보폭 95㎝로 고양이과 동물의 것으로 확인됐는데 크기로 보아 호랑이(발자국 길이 15㎝ 내외)보다는 작아 표범인 것으로 보이며 보폭으로 미뤄 몸길이는 160㎝ 정도는 될 것이라고하니 가슴 설레는 뉴스임이 틀림없다.
희귀동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간 것은 인간이다. 따라서 이를 복원시키겠다는 계획을 짜야하는 것도 당연히 인간이다. 이제 발자국의 진위(眞僞)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다. 우리 산의 주인공이 멧돼지가 돼서는 안된다. '큰 짐승'이 포효하는 생태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우리의 마음도 따라서 커질테니까….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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