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무를 겸비해야 우수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죠. 공부는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작업복에 안전화, 안전모까지 갖춰 쓴 포항1대학 조미자(55·컴퓨터자동화·설계학과) 교수를 만난 곳은 포항공단내 INI스틸 대형압연공장이었다.
경북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국내 여성 금속학자로는 서열이 열손가락 안에 드는 대선배로, 강단에 선 지 26년째인 조 교수의 현재 신분은 '실습생'이다.
산업현장은 아날로그 체계에서 디지털시대로 전환됐지만 대학교육은 10~20년전의 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부족감을 느낀 조 교수는 방학때마다 산업현장을 방문, 어깨너머로 배우다 올해는 아예 한학기 강의를 접고 본격적인 현장학습에 나선 것.
조 교수는 학교와 INI스틸 양측의 지원을 받아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강의는 접어두고 매일 이곳으로 출근해 생산현장의 모든 것을 배운다. 9월 한달간은 분위기를 익혔고 10월부터는 현장에 투입된다.
조 교수는 "책상머리 연구에 한계를 느꼈고 기능과 기술은 물론 현장에서 가질 수 있는 감(感)까지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취업시즌을 맞아 기업이 원하는 인재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는 뜻도 있었다.
현장에서 조 교수를 지도하고 있는 김효섭 롤 설계부장은 "철도 레일, H빔, 시트파일 등 각종 제품과 이를 만드는 압연롤과 씨름하는 선생님(조 교수)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돕지 않을 수 없다"고 조 교수의 열의를 평가했다.
8년간의 학과장 경력에다 정년을 몇년 앞둔 조미자 교수. 정돈된 연구실을 박차고 나와 산업현장에서 기름밥을 먹으며 중·고졸 학력의 생산직 근로자들을 스승삼아 산지식을 배우고 있는 공학박사는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촌음도 아껴가며 배우겠다"고 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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