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난 극장가에 가을바람이 상쾌하다. CF계 여왕 김정은의 화려한 개인기에 홀린 200만 관객 덕분에 지난주 개봉영화 '가문의 영광'이 흥행 1위에 사뿐 올라 섰다.
한 동안 맞상대가 없어 보이는 '가문의 영광'의 흥행 속에 희한한 영화 두 편이 틈을 비집고 개봉했다. 주인공들의 허무개그로 러닝타임을 채운 영화 '도둑 맞곤 못살아'(27일 개봉), 전형적인 '폼생폼사형' 홍콩영화 '버추얼 웨폰'(20일개봉).
한 집이 7차례나 같은 도둑에게 털렸다면, 그리고 그 집을 지켜야할 가장이 자식 들한테도 무시당하는 별볼일 없는 소심한 시민이라면. "우리집을 호구로 아는 거 야!" 마침내 무기력한 가장이 베테랑 도둑에 맞서 떨쳐 일어났을때 그 위로 오색 찬란한 무지개가 드리울까.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는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원작은 '사무라이 픽션'의 작가 사이토 히로시의 소설이다.
말단 공무원 '상태'(박상면 분)는 가족들에게서 은근히 따돌림받는 가장이다. 요 리가 취미지만 맛을 못 느끼는 '미맹'인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나 하나만 참으면 되는데…' 자위하며 삶의 소박한 행복에 안분지족할 뿐이다. 그런 상태의 집에 도둑이 단골로 찾아온다.
도둑의 정체는 유능한 게임프로그래머에다 얼굴까지 잘 생긴 '강조'(소지섭 분). 삶이 무료한 강조의 유일한 취미가 바로 도둑질이었던 것. 첨단 장비를 동원해 원하는 물건을 훔쳐내는 스릴을 즐긴다나? 게다가 남의 집 TV리모콘, 가계부에 끼워둔 3만원, 냉장고에 넣어둔 초밥 등 훔쳐가는 것도 유 치하기 짝이 없다.
강도로부터 계속 침입을 당한 상태는 마침내 무술을 배우고, 집을 요새화하는 등 도둑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잔 재미를 느끼게 하는 웃음장치는 많지만, TV 시트콤에나 어울릴 듯하다. 지나치 게 많이 등장하는 와이어액션의 횟수만큼 무능한 가장의 '슈퍼맨 되기'라는 본래 목표에서 방향감각을 잃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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