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2004년 개방유예 험로-대만 내년부터 쌀시장 개방

대만이 쌀 시장 개방을 전격 결정함에 따라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을 앞둔 우리나라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아직 시장 개방을 하지 않은 우리나라, 필리핀, 대만 등 3개국 가운데 하나가 추가로 이탈함에 따라 기존 상황을 연장하는 문제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더욱이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현재 진행중인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철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쌀 개방 재협상=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 문제는 2004년에 진행될 WTO 쌀 재협상에서 결정된다.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당시 2004년까지 1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받고 마지막해에 다시 협상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관세화를 통해 쌀 시장을 개방할 경우 2005년부터 생산농가의 구조변화가 빠르게 진행돼 쌀 총소득이 2010년에는 현재의 절반이하인 4조원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그러나 내년에 마무리될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관세화로 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관련국들의 동향=과거 UR 당시 우리와 가장 비슷한 입장을 취했던 일본의 경우 당초 2000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유예받았으나 지난99년 조기에 관세화로 돌아섰다.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다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매년 늘려야 하는 부담 때문에 서둘러 전환한 것인데 결과적으로현재까지는 MMA 물량(7.2%) 외의 수입 물량은 거의 없어 일단 성공적인 셈이다.

중국은 지난해말 WTO에 가입한 뒤 올해부터 곧바로 쌀 관세화에 들어갔고, 대만은 WTO 가입 뒤 1년간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관세화 개방을 선택했다.우리나라와 함께 유예 상태를 더 유지하게 될 유일한 국가인 필리핀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2004년에 재협상을 해야 한다.

▲전망=쌀 재협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DDA 협상에서 정해질 모든 농산물의 국제 교역에 적용될 기본원칙(Modality)이다.이 원칙에서 연차별 MMA 물량 확대의 정도, 관세 인하의 속도 등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관세화를 유예한 채 MMA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관세화 개방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정환 농촌경제연구원장은 "상황에 따라서는 관세 유예만을 고집할 경우 많은 MMA 물량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물론 다른 농업분야에서의 협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정부는 일단 현재까지는 국내의 쌀 시장 개방에 우려를 감안해 관세화 유예연장을 재협상의 기본 입장으로 하되 DDA 협상 결과가 나온 뒤에 정확한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대만의 이번 결정으로 다가오는 쌀 재협상에서 더욱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우리나라는 DDA 협상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개방을 선택해야 할 경우에대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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