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물시장 교란하는 파생시장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현물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의 덩치를 줄여야 한국증시의 건전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증권가에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증시는 선물.옵션시장이 투기장화되면서 현물시장을 교란시키는 이른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극심한 곳이다. 주가가 재료나 수급 상황보다 선물시장에서 비롯된 프로그램 매도로 휘청대는 등 현물시장은 파생시장의 볼모가 되고 있다.

또한 파생시장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증시 자금을 빨아들이는 바람에 현물증시는 직접금융 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 재료에 우선하는 것이 수급인데 파생시장에 증시 자금이 몰리면서 현물시장은 주식매수 자금 기근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9년 선물거래대금은 현물거래대금의 0.95%에 불과했지만 200년엔 1.37배, 2001년엔 2.3배로 늘어났으며 지지난 한 주에는 4.3배로 증가했다.

현물시장의 경우 주가가 올라야만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는 단선형 구조이지만 선물.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보니, 1급투자가나 일반투자자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파생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들어 국내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한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며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원인을 파생시장 비대화에서 찾는 시각도 없지 않다.

사이버애널리스트 이선달 씨는 "파생시장에서는 지수가 내려도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도세력들이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모험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보았다.

선물.옵션 열풍의 이면에는 증권사와 거래소의 장삿속을 읽을 수 있다. 증권거래소는 선물.옵션 계좌를 개설하고 주문을 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예탁금을 시장 개설 초기 3천만원에서 97년 1천만원으로, 지난해 2월 500만원으로 낮췄다. 증권사들도 선물.옵션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며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거래비용면에서도 파생시장은 현물증시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 선물.옵션 매매에는 현물거래와 달리 거래세(0.3%)가 면제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파생시장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을 간과한 채 파생시장 육성책을 편 결과다.

한국증시의 현.선물간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파생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대구지점 강대원 과장은 "선물.옵션시장의 비대화가 한국증시를 망치고 있는데도 당국은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며 "선물.옵션 기본예탁금을 3천만원 정도로 올려 일반투자자들의 무분별한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현물시장으로 매수세를 유입시키고 선.현물간 거래비용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도 현물시장의 거래세를 낮추는 대신 선물.옵션거래에 그 만큼의 거래세를 매기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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