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왼손 하는 일 오른손 모르게 하라'

○○신용카드회사가 모일간지 한면을 통째로 사서 "우리는 ○○보육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라는 기업 이미지광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똑 같은 내용의 광고가 저녁시간 TV에서도 방영되고 있었다.

기업이 정당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이야 당연하고 또 권장할만한 일이다. 더 나아가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기업의 또다른 소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광고를 볼 때마다 왜 자꾸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말씀이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좋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라고 널리 알려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려는 홍보전략으로 이해되지만 그걸 알리기 위해 몇개의 신문과 골든타임 때의 TV광고 면을 사서 몇번씩 광고하는 일이 원래의 좋은 의도를 흐리게나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차라리 그 많은 지출을 다른 보육원 몇개 더 지원해 주는데 쓰는 것이 올바른 일이 아닐까.

얼마전 수재의연금을 모집하는 창구에 한 30대 젊은 부부가 찾아와 우연히 생겨 자신들 삶에 어울리지 않는 큰 돈이라고 1억원짜리 수표 한 장을 선뜻 내밀고는 황급히 사라졌다는 뉴스 앵커의 얘기가 내내 가슴에 남는 것도 위와 무관하지는 않는 듯 싶다. 자선은 누가 알아주기 위해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안경덕(대구시 장기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