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책마당 큰잔치'

드러커의 '단절의 시대', 토플러의 '문화 소비자들', 데보노의 '신사고' 등에서 지적되고 있듯이, 요즘은 영상 세대와 활자 세대 사이에 단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활자 세대는 머리 속에 논리의 길을 내면서 사리를 분석.체계화하며 창조해 나간다면, 상대적으로 감각적.충동적인 영상 세대는 두뇌에 안테나를 달고 무차별.무계통.무질서하게 쏘아대는 영상을 거르지 않고 받아들여 모자이크처럼 공존시키기 때문이라 한다. 이 같은 수직사고와 수평사고, 이성과 감성의 갈등.부조화를 줄이는 길은 '책 읽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인터넷과 영상 문화의 발달로 책 읽는 분위기가 우려됐으나 차츰씩 나아지고 있는 모양이다. 독서율이 1989년에는 32%, 91년 39%, 96년엔 43.8%였으나 2000년에는 44.6%로 늘어났다. 지난해는 성인의 한달 평균 독서량이 1.66권이었지만,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53.2%나 됐다. 지난해 평균 독서율이 87%에 이른 일본에 비하면 아직은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책 읽기를 장려하기 위한 '책마당 큰잔치'가 10월 2일부터 5일간 서울 덕수궁에서 열린다고 한다.'책은 내 친구'를 주제로 '신간 양서 종합전시 및 구간 명저 알뜰 장터', '북한 도서 특별전','우수 아동.청소년 도서전', '전자책 전시 및 시연 코너' 등 다채로운 전시회들이 마련된다.이와 함께 전통적인 책 읽기 풍속을 소개하는 '책아 노~올자', 선조들의 인쇄 기술을 짚어보고 직접 옛날 인쇄를 경험할 수 있는 '인쇄 체험관' 등도 열린다 한다.

▲이번 책 잔치는 새로운 세대를 의식한 점이 눈이 띈다. 영상 세대의 두뇌를 논리.분석.창조로 유도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으며, 그 일은 바로 시대적 요구이기도 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정보 서비스가 큰 진전을 가져 왔고, 네트워크를 통해 도서관 간의 협력이 수월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이 없는 사회'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책 읽기는 유행이 아니라 습관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독서 운동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노력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좋은 책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도서 시장을 확대해 국가적 지식 수준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책 잔치 때의 관심이 이어지기위해서는 공공도서관을 계속 늘려 나가고, 체계적인 독서 교육을 어릴 때부터 해야 하며, 출판 사업을 진흥하는 등 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따라야만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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