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아이 이렇게-돈 훔치는 초교생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얼마 전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쳤어요. 명절 때 받은 용돈도 남아 있고 특별히 필요한 물건도 없었는데, 도벽이 있는 건 아닐까요?" 자녀가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댄 사실을 안 한 어머니(달서구 감삼동)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가 간혹 친구 장난감을 제 것이라고 우기거나 거짓말을 하기는 했지만 돈을 훔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한두 번쯤 남의 물건이나 돈을 훔치는 짓을 한다. 부모들은 깜짝 놀라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심하게 야단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은 아직 도덕적인 자율성이 부족한 상태이므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정정희 교수는 "아이가 돈이나 물건을 훔쳤다고 지나치게 당황하거나 흥분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도둑질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매달려 지나치게 혼을 내면 아이는 위축되고 열등감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되면 부모와 아이간에 비밀이 생기고 아이는 거짓말로 일관할 수도 있습니다".

정 교수는 "심하게 꾸짖기보다 네 나이 때는 한 두 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건 한 두 번으로 그쳐야 한다"고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아이들의 훔치는 버릇은 초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훔치는 데 재미를 붙이고 나면 좀처럼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남의 물건을 훔친 경우 반드시 돌려주고 사과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훔치는 버릇이 깨끗이 사라졌는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훔치는 버릇은 쉽게 재발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아이들의 훔치는 버릇은 내적 결핍에서 온다고 말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애정이 부족하거나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반항하듯 훔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에도 짜증이나 도둑질,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또 맞벌이 부부가 사랑대신 각종 선물공세를 펴는 것도 아이들의 도벽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절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물건만 사주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이들의 도벽을 단순히 성장과정으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으로 도벽 증상을 보이면 신경정신과 의사 등과 상담한 후 적절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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