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병풍수사 두달째

'김대업 테이프'의 조작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아들 병역면제 수사가 2일로 두달째를 맞는다.

검찰은 김대업씨가 제출한 테이프에 대한 감정결과가 이번 수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테이프의 성문분석과 함께 조작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대업씨는 "이 후보 장남 정연씨가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은 과정에 대한 김도술 전 수도통합병원 주임원사의 진술이 담겼다"며 최소한 2개 이상의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측은 지난 8월12일 곳곳을 가린 녹취록과 함께 테이프를 제출한 뒤 '판단불능'이란 대검의 감정결과가 나오자 같은달 30일 '원본 테이프'라며 테이프를 추가제출했다.

검찰은 김씨측이 1차 제출한 테이프의 성문분석 결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도술씨가 맞는지, 내용이 녹취록과 일치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선 판단할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조작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김대업씨가 추가 제출한 2차 테이프에 대해 감정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음질상태가 1차 테이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석결과가 그다지 밝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그러나 테이프의 실체와 내용, 녹음경위 등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고서는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대검뿐 아니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도 테이프 감정을 의뢰해 놓았다.

검찰이 테이프 분석을 이중으로 진행하는 것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테이프조작 논란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가 "테이프 분석결과에 대한 잡음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과수에도 감정을 의뢰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원본'으로 알려졌던 김대업씨 2차 테이프 제작년도가 2001년이라는 점을 들어 신빙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는가 하면 김씨가 제3자의 도움으로 테이프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들고 나왔다.

또 한나라당은 "K라고 밝힌 사람이 대구 교동시장 가게 한 채와 2천7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친구와 함께 테이프 조작에 참여했다"는 제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테이프 조작 여부를 떠나 김도술씨가 돈을 받고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알선했다는 김대업씨 주장의 진위를 가릴 증거로 삼을 수 없을 경우에도 대비해 광범위한 관련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대선을 앞두고 언제까지 수사를 끌고 갈 것이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어 조만간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양상이다.

김도술씨의 신병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물증이라 할 수 있는 테이프가 증거능력을 갖지 못할 경우 검찰수사는 큰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감정과정에서 뜻밖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