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수공사를 위한 지침조사를 하면서 종종 빈집을 보게된다. 보수공사를 해도 이런 빈집은 얼마 못가 다시 폐가가 된다. 마당에는잡초가 무성해지고, 배수로가 막힌 토담은 허물어지고, 온기(溫氣)가 없는 온돌방 회사벽은 퇴락하고, 천장은 터져서 처지고, 서까래는썩어서 결국 내려앉고 만다. 체계적인 사후 관리대책이 없는 이런 보수공사는 지원하나마나이다.
정부의 내년도 문화 관련 예산이 1조2천500억원으로 올해보다 5.4% 더 늘어났다는 발표는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서생을 대단히 마음 쓰이게 만든다.이중 상당부분이 문화재 보수공사에 지원될 터인데 지금까지의 사후 대책과 관리방안을 보면 걱정되는 사태가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화유산을 보다체계적으로 관리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주어야 할 때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훼손을 막을 수 있는 풍토가 하루속히 조성되어야 한다. 1991년 일본 교토에서는 7층 규모의 호텔 신축계획이 문화재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1820년대에 왕실에서 사대부의 생활을 알기 위해 지은 창덕궁 연경당(演慶堂)내 반빗간(부엌용도)을 문화재청 소속 기동보수단이 그들의 휴식처와 창고로 훼손시켰는가 하면 문화재가 현존해 있는 옛 덕수궁 궁궐터에 미국대사관측에서 2008년까지 15층 규모의 군인숙소와 대사관 청사를 신축해서 이전 할 계획이라 들었다.
게다가 문화재 보존지구인 경주에 무분별하게 들어선 고층아파트군들은 신라천년의 유적을 마치 자기집 앞 정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차제에 지정문화재 관리실태를 총점검하여 되풀이되는 관리소홀과 보수체계를 혁신해야 한다.
태풍 루사의 피해로 만신창이가 된 수해지역 주민의 애환도, 기울어져 가는 신라 3대석탑도 '대북 4억달러 지원' '아시안게임' 등 큰 뉴스거리들이 삼켜버린 지금, 인간의 활동에 의해 우리의 문화유산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문화재 보존 대책으로 환경변화에 대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종합대책 기구 마련과 문화재 수리를 전담할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그나마 문화재를 지킬 수 있는 방안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영남이공대 건축과교수·경북도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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