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림이야기-대박을 꿈꾸는 사람들(1)컬렉터

'그림에 미친 사람들…'. 화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컬렉터(collecter.미술애호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은 화가를 떠받들어 주고 그림을 사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가들을 귀찮게 하고 굴욕까지 안겨주는 성가신 존재다. 그들은 약방의 감초와 같다. 만약 그들이 없다면 미술계가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을 것인가.

컬렉터는 아줌마부대에서 실업자, 샐러리맨, 기업인까지 그 층이 매우 넓다. 하기야 그림 좋아한 다는데 직업과 재산정도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엄청난 자금력을 갖고 마구(?) 그림을 사들이고 창고에 쌓아놓는 사람, 한두푼 모아(아니면 신용카드로) 그림 한점을 겨우 구입하는 사람, 맨날 화랑가를 돌면서 침만 흘리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들은 단순히 화단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대박을 꿈꾼다. 자신이 구입한 그림을 집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컬렉터는 대개 아마추어일 가능성이 높다. 젊은 무명화가의 그림을 싼값에 샀다가 훗날 몇십배, 몇백배로 튀겼다거나 자신의 독특한 안목으로 숨어있는 진주를 발견했다는 식의 무용담이 전설처럼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참담한 실패담도 있지만, 굉장한 성공담부터 하나씩 알아보자.

지역 굴지의 기업인 컬렉터의 성공담.

그는 80년대 초반 평소 그토록 갖고 싶었던 향토의 천재작가 이인성의 정물화 한점을 구입하기 위해 중간상인과 흥정을 시작했다. 근데 그 중간상인은 이인성 작품과 함께 월북화가 이쾌대의 작품을 헐값에 끼워 사줄 것을 요구했다.

그 당시만 해도 북한과 조금만 연관이 있으면 큰 곤욕을 치를 것이 뻔한지라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잘못되면 자신이 경을 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까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이인성 그림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위험을 무릅쓴채 이쾌대의 그림을 함께 갖기로 결심했다. 그후 10년 가까이 흘러 월북작가들의 작품이 해금되면서 이쾌대의 작품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거액을 주고 샀던 이인성의 작품과 그저 떠맡다시피 했던 이쾌대의 작품이 거의 비슷한 가격대에 거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모험을 한 대가가 크게 보상을 받은 셈이다.그는 술자리나 밥먹는 자리에서 그림 얘기만 나오면 꼭 이 성공담을 빠트리지 않는다. "내 생애에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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